"의학적 안정성과 유효성을 따져볼 때 의사 개인과 병원의 판단으로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약품을 투여하고 본인부담금을 받는 것은 부당합니다."(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ㆍ피고)
가톨릭대 부속 여의도성모병원이 복지부 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 대한 공개변론이 16일 대법관 13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지난 2010년 12월 '안기부 X파일' 사건 이후 1년2개월 만에 열린 대법원 공개변론인데다 의료계에서 이른바 '임의비급여' 관행이 쟁점인 만큼 변론은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됐다.
변론 초반부터 여러 쟁점을 두고 양측 변호사 간 날 선 공방이 오고갔다. 보건복지부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측 대리인 측은 "전문기관을 통해 객관적인 검증 없이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나는 의사 개인의 진료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를 허용할 경우 국민에게 비용부담을 강제할 수밖에 없어 건강보험시스템 자체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성모병원 대리인 측은 "임의비급여를 허용하는 규정은 명문화되지 않았지만 금지하는 규정도 없다"면서 "요양급여기준만으로 적절한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 의사의 양심적인 판단에 따라 당연히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날 민인순 순천향대 교수와 구홍회 성균관대 교수도 각각 참고인으로 나와 양측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번 소송은 여의도성모병원이 2006년 백혈병 등 혈액질환 환자들에게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약품을 투여하고 본인부담금을 받은 것이 의료비 부당징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110억원대의 과징금 부과와 부당이득 징수 처분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지금까지 판례는 법정 기준을 벗어난 진료를 제공하고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일절 허용될 수 없고 설령 의사가 환자의 동의를 받거나 의학적으로 필요했더라도 예외를 둘 수 없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판례가 환자의 생명권과 진료에 관한 선택권, 의사의 직업수행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1ㆍ2심에서는 성모병원이 승소했다. 의사가 환자의 동의 아래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한 의료행위를 선택하고 비용을 청구했다면 임의비급여로 볼 수 없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이날 공개변론은 ▦양측 당사자들의 이 사건 쟁점에 관한 변론과 이에 대한 재판부의 질의·응답 ▦참고인들의 의견진술과 이에 대한 재판부의 질의·응답 ▦양측 당사자들의 최종 의견진술 등 순서로 1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