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토지 감정가 다잡기에 나선 것은 감정가 문제가 분양가상한제에서 큰 시빗거리로 떠오를 수 있는 중대 요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허위ㆍ부실감정으로 인해 어렵사리 도입한 분양가상한제 자체가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만큼 문제발생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다. 사실 업계 일부의 허위ㆍ부실감정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거액의 보상금이 오가는 토지보상 현장이나 대출을 위해 담보가치를 평가하는 금융권 등에서는 브로커 등을 내세운 감정평가 비리가 개입할 여지가 상존하고 있다. 일부 은행의 경우 신뢰도가 높은 감정평가법인을 자체 지정해 전담시키거나 토지보상을 할 때 최대 3개의 감정평가법인이 낸 평가결과를 산술평균하는 등 보완책들을 마련해왔지만 허위ㆍ부실감정 시비는 끊이지 않았다. 특히 토지를 수용당하는 소유주의 재산권 보호를 명분으로 주민들이 감정평가법인 1곳을 추천할 수 있게 한 제도가 악용된다는 지적도 많다. 주민 추천을 받은 감정평가사가 주민들과 끈끈한 유착관계를 유지하며 보상금 올리기에 일조한다는 것이다. 한 감정평가사는 “일부 감정평가사는 친척이나 문중 소유의 토지를 버젓이 평가하는 등 토지 소유주의 이익에 따라 ‘맞춤형 감정가’를 내놓는 사례도 적지않다”며 “2~3곳의 감정결과를 산술평균한다고는 해도 상당 부분 사전협의를 통해 감정가가 미리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부동산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은 불공정한 감정평가를 할 ‘우려’만 있어도 감정평가 업무를 맡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감시와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오는 9월부터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전국의 모든 민간아파트는 분양승인에 앞서 토지 감정평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이 같은 행태가 그대로 재연될 개연성이 적지않다. 감정가는 고스란히 분양가로 직결돼 소비자 부담은 물론 주택업체의 수익성까지 좌우하게 된다. 수도권에서 33평형 아파트 1,000가구를 분양하는 단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단지가 들어설 토지의 적정 감정가는 분양 평당 500만원이다. 여기에 기본형 건축비와 가산비용 등 약 500만원을 더하면 정상적인 분양가는 평당 1,000만원이 된다. 그러나 감정가를 적정가보다 10%만 높게 평가해줘도 분양가는 평당 50만원, 가구당 1,650만원이 비싸진다. 분양업체는 1,000가구에 대해 165억원의 ‘순이익’을 추가로 거둘 수 있다. ‘탈법’의 유혹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감정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 시행업체에 감정평가사 선정권을 준다면 감정가를 후하게 쳐주는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할 수밖에 없다”며 “무한경쟁을 벌이는 감정평가사들이 의뢰인의 점수를 따기 위해 어떻게 움직일지는 자명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감정평가라는 업무는 본질적으로 감정평가사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며 “분양가상한제라는 새로운 환경이 열리는 시점에서 감정평가사가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