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종편 의혹을 손바닥으로 가리는 방통위

방송통신위원회가 8일 종합편성채널과 관련한 백서라는 것을 공개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관련정보를 모두 밝히라는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이라지만 핵심정보는 고스란히 빠져 또다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사업계획서도 요약본으로 대체되고 주주현황이나 주요주주 출자내용 등은 역시나 공개되지 않았다. 업무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라는 법원의 준엄한 명령조차 무시한 것을 보면 과연 무엇을 숨기려고 하는지 의혹투성이다.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과정이 전형적인 부실ㆍ특혜심사로 일관됐다는 사실은 일부 내용만 들여다보다 당장 명백하게 드러난다. 심사위원들의 주관적 평가가 중시된 반면 재정능력 등 계량항목을 소홀히 취급한 것은 자의적 잣대에 따라 사업자 선정이 뒤바뀌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대부분의 종편 사업자들이 재정 및 기술능력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고도 공적책임이나 공정성에서 높은 평가를 얻어 순위가 뒤집어졌다는 사실은 특혜 논란을 새삼 확인해주고 있다. 방송이나 회계 및 경영 분야 전문가들이 적다 보니 심사위원회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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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개시 6개월째를 맞은 종편은 광고 직접영업 등 갖은 특혜를 등에 업고도 0%대의 시청률에 머무르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로 미디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은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다. 애초부터 잘못된 판단에다 부실한 선정과정이 빚은 현정부 미디어 정책의 참담한 실패작이다.

최근에는 퇴출된 부실 저축은행이 여러 종편채널에 보험용으로 겹치기 투자를 했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만약 기업 및 기관들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리한 투자를 결정했다면 이는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중복주주나 이사회 결정사항 등에 걸쳐 모든 승인과정이 철저하게 밝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방통위는 이런데도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법원의 판결에 항소하겠다고 한다. 종편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을 무시한 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뻔뻔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방통위는 하루라도 빨리 승인과정을 남김없이 공개하고 책임소재를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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