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교육의 결과이겠지만, 나름, 애국심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독립운동에 어쩌다 참여했다 해도 아마, 나같은 겁쟁이는 고문실에 들어가자마자 기절하거나 변절했을거다. 그렇게 보면, 나의 애국심이란 '평화'와 '안전'이 보장된 상황에서나 존재하는 나약한 감정이다. 언제 올지도 모를 독립을 위해 내 가족이 다치거나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을 모두 잃고, 심지어 목숨까지 버려야한다면? 폭력적 분위기만 조성되도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은데 피말리는 도피생활, 고문, 가난, 배신, 죽음의 공포를 그 분들은 어떻게 이겨냈을까. 그분들은 믿었을거다, 조국의 독립을!
믿을 수 있는 상황에서 믿는 것은 굳이 '믿음'이라 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35년, 한세대가 지나가도록 오지 않는 조국의 독립을 믿었기에 대담하고 때로는 담담하게, 또 때로는 인간적으로 갈등하면서도 그 가시밭길을 간 영웅들의 이야기는 언제 봐도 숙연해진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안윤옥(전지현), 염석진(이정재), 하와이피스톨(하정우), 속사포(조진웅) 등은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여러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조국과 동지를 배신하고도 잘 먹고 잘 사는 염석진의 "독립할 줄 몰랐다"라는 뻔뻔한 대답에 화가 나면서도 결국, 우리가 염석진을 만든것은 아닌지 참담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것보다, 독립운동에 헌신하신 분들에게 극진한 보상을 하지 못한 죄송한 마음이 백배 더 깊이 아팠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며 독립을 기뻐하지 못하는 약산 김원봉 선생과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던 백범 김구 선생 등 '조국 독립'을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밖에 없었던 지도자들의 무거운 표정에 공감하면서, 과연 한 개인으로 보면 조국의 독립과 개인의 삶을 맞바꿀 수 있는지, 다시 또 부끄러워진다. 국가의 보호를 받아본 적 없지만, 지붕이 무너져도 곧 독립 조국의 고향으로 돌아갈거라 고치지 않았다는 착하고 정직했던 평범한 한국인들과 역사에 이름 한 줄 올리지 못한 채 시신조차 추스르지 못하고 죽어갔을 수많은 독립군들을 생각하면 뭘 어떻게 보상해드린들 그 감사함을 표시할 수 있을까 싶다. 최동훈 감독을 비롯, 전지현, 하정우, 이정재, 조진웅, 오달수 등 출연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도 '영화인'이기에 앞서 '한국인'으로서 이 영화를 찍었기 때문 아닐까 혼자 상상해본다.
조휴정 PD(KBS1라디오 '빅데이터로 보는 세상'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