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돌담 옛 정취에 빠지고…그윽한 미향에 취하고…

전주 한옥마을<br>전통·현대 어우러진 700여채 한옥<br>골목길 따라 속살 살피는 재미 쏠쏠<br>비빔밥·한정식등 맛 나들이도 일품

전주한옥마을은 일제강점기 일본 상인들이 이 지역 최대 상권을 차지하자 뜻있는 선비들이 한옥을 짓고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형성됐다. 오목대에 올라 바라본 전주한옥마을의 가을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 없다.

전주한옥마을 야경.

경기전 내부.

전주비빔밥.

우리나라 최고의 미향(味鄕)으로 자리매김한 전주가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된 때는 신라 경덕왕 16년(757년) 기존의 완산주를 전주로 개명하면서부터다. 그로부터 수백년이 지나 전주 이씨 가문의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면서 전주는 조선왕조 500년 역사의 발상지로 발돋움한다. 근대화와 산업화의 거센 물결에 도심에선 하나둘씩 자취를 감춘 한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전주한옥마을은 역설적이게도 일제강점기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지난 1920~1930년대 일제가 성곽을 헐고 도로를 뚫은 뒤 일본식 건물을 지으며 자리를 잡자 이에 대한 반발로 뜻 있는 선비들이 한옥을 짓고 모여 살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도 전주한옥마을 700여채 가옥 가운데 70여채가 일본식 건물로 남아 있어 아픈 역사를 되새김질하게 해준다. ◇전통과 현대가 버무려진 특별한 멋=전주한옥마을 나들이는 경기전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풍남문에서 사거리 하나 건너에 위치한 경기전은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자 국왕의 위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은 것으로 태조의 어진을 모셨다. 경기전에는 정유재란 이후 건물 증축 기념으로 심은 수령 400년의 은행나무를 비롯해 청렴결백한 선비를 상징하는 100여년 된 배롱나무(백일홍), 울창한 대나무 숲이 있다. 특히 경기전 주위로 한옥마을이 자리잡고 있어 돌담길을 따라 한옥마을 속살을 살피는 재미도 쏠쏠하다. 경기전 바로 맞은편에는 한국 천주교의 역사적인 성지인 전동성당이 있다. 천주교 박해가 시작되면서 국내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과 권상연 등이 풍남문 밖 전동성당 터에서 처형됐는데 이를 기리기 위해 프랑스 신부 보두네가 1914년에 건립한 것이 전동성당이다. 웅장하고 화려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은 특히 밤에 조명이 비춰지면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한옥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오목대도 가볼 만하다. 오목대는 이성계가 1380년(고려 우왕 6년) 남원 황산에서 왜적을 무찌르고 돌아가던 중 자신의 선조가 살았던 전주에 들러 종친들을 모아 잔치를 베푼 곳으로 유명하다. 오목대에서 나무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한옥마을 풍경이 일품이다. 천천히 걸으며 한옥마을을 감상하고 싶다면 '숨길'을 따라가 보자. 전주한옥마을 공예품전시관에서 시작된 '숨길'은 오목대 쉼터, 양사재, 향교, 한벽류를 지나 전주천이 시작되는 좁은목에 이르면서 마무리된다. 오목대 쉼터에는 주민들의 무병장수와 마을의 태평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지내던 수령 500년의 느티나무가 있어 간절하게 소원을 비는 이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전주한옥마을에 숙소를 잡으면 저녁 무렵에는 붉은 노을이 기와지붕을 물들이고 어둠이 내리면 달빛 아래서 고즈넉한 매력을 느껴볼 수 있다. ◇'맛 나들이'도 일품=대한민국 대표 맛고을답게 전주는 전주비빔밥과 한정식이 유명하다. 백번집ㆍ송정원ㆍ전라회관 등 시내 곳곳의 한정식 집이나 한옥마을 한복판에 있는 갑기원ㆍ양반가 등이 유명하다. 전주한정식은 전라남도의 한정식에 비해 자극이 덜하고 간이 세지 않은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서민적인 맛을 원한다면 풍남문 너머의 남부시장으로 가보자. 주말이면 수천 그릇씩 팔려나가는 피순대 등 유명 맛집들이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의 원조 격인 현대옥이다. 남부시장식은 뚝배기에 찬 밥과 콩나물을 함께 넣고 끓여 내는 전통식과 달리 밥을 뜨거운 육수에 말아내는 것이다. 콩나물국밥의 핵심인 시원한 국물 맛을 내기 위해 신선한 최고급 여수산 멸치로 국물을 낸다. 여기에 헛개나무, 건 표고버섯, 황태머리, 다시마, 양파, 무, 파 등 양질의 식자재를 함께 넣고 끓인다.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은 '조점례 남문 피순대'로 대표되는 '피순대'다. 당면을 넣지 않고 야채와 고기ㆍ돼지피를 수작업으로 돼지 창자에 채워 만든 피순대는 다른 지역 요리보다 한결 부드럽고도 진한 맛이 특징이다. 1976년 문을 연 한옥마을의 '베테랑분식'도 대표 맛집이다. 달걀, 들깨 가루, 김가루, 고춧가루를 잔뜩 푼 걸쭉하고 구수한 옛날식 칼국수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손님들로 늘 북적댄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술 한잔 걸치고 싶다면 삼천동 막걸리 골목으로 가보자. 성업 중인 막걸리 전문점마다 전주 특산 막걸리를 주전자(1만 5,000원)로 팔고 20가지도 넘는 안주들을 무료로 제공한다. 전주의 특별한 음주 문화 '가맥'도 필수코스. '가게에서 먹는 맥주'의 줄임말인 가맥은 '전일슈퍼' 등 동네 구멍가게에서 술꾼들에게 맥주(2,000원)와 함께 갑오징어ㆍ계란말이 등 안주(5,000~1만3,000원)를 제공하던 문화에서 기인한다. 주인 아저씨가 커다란 쇠망치로 두드려주던 갑오징어 안주가 이곳의 명물이지만 지금은 갑오징어 때리는 기계가 아저씨의 망치질을 대체하고 있다. 한편 전주에서는 2010~2012 한국방문의 해를 기념해 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21~27일 '2010 한국음식관광축제'를 열었다. 위원회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전주에서 한국음식관광축제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대표적인 한류 축제로 발돋움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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