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아이헬 독일 재무장관은 독일이 유럽연합(EU)에 내는 분담금 규모를 줄이기 위해 EU 관련 규정의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헬 재무장관은 시사 주간지 포쿠스 14일자 최신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어떤회원국도 EU 분담금으로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1% 이상을 내서는 안된다"면서 나라별 분담금 상한선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동서독 통일 이후 우리는 엄청난 빚더미에 앉게 됐으나 여전히 받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EU에 내는 반면 아일랜드는 지금 우리 보다 생활수준이 나은데도 내는 것보다 EU에서 받는 돈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EU가 회원국으로부터 분담금을 받아 재분배해주는 지원금의 약 절반이 농업 부문에 치중돼 있어 농업국가가 아닌 독일의 경우 받는 지원금이 미미한 현실도 불합리하다면서 EU 예산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안정성장협약에 따라 재정적자를 계산할 때 사회간접자본 시설 투자액이나 동서독 통일 등 재정정책에서 비롯되지 않은 특수한 재정 부담 상황을 고려해야 하며, 경기 침체기엔 제재규정을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헬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그동안 독일 경제가 장기 침체된 가운데 EU에 분담금을 가장 많이 내면서도 국내적으로는 재정적자가 급증해 EU로부터 제재를 위협받아온데 대한 불만을 털어놓은 것이다.
특히 오는 20일 안정성장협약 개정안 협의를 위해 열릴 유로권 12개국 재무장관특별회의를 겨냥한 압박용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분석된다.
유로권 재무장관회의는 지난 8일 재정적자 관련 규정 완화 방안을 놓고 9시간의 밤샘 마라톤회의를 열었으나 또다시 타결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재무장관들은 오는 22∼23일 브뤼셀에서 예정된 춘계 EU 정상회의에 합의안을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20일 특별회의를 열어 재협상키로 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