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15일)하면서 그간 잠재됐던 글로벌 금융위기는 수면 위로 완전히 떠올랐다. 2년이 지난 지금 이번 금융위기는 과거의 위기들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며 시장의 판세를 바꾸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대표적 안전자산인 국채를 비롯한 채권과 금 등으로 더욱 쏠리게 된 현상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신흥시장이 그간의 '고위험ㆍ고수익 투자' 이미지에서 벗어나 높은 재정건전성 및 성장잠재력 등 경제 기초체력을 인정받아 주요 투자처로서 입지를 단단히 굳힌 것은 가장 뚜렷한 차이점이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년간 투자자들이 부문별로는 채권과 금, 시장으로는 신흥시장 등에 큰 관심을 쏟았지만 미 주식 등 전통적 투자처들은 아직 충격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세계 투자자들은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며 신흥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졌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경제권의 취약성에 실망한 투자자들은 신흥국가들을 글로벌 경제성장을 견인할 새로운 동력으로 기대하고 있다. WSJ은 "그들(투자자들)은 단지 고수익을 겨냥해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게 아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이 신흥국가의 주식은 물론 채권에 대한 투자도 강화하는 점이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WSJ은 "이는 정말 예상치 못했던 현상"이라며 "미국과 유럽, 일본과 비교해 눈에 띄는 경제성장세를 보여주는 신흥시장들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설명했다. 투자회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아쉬시 샤 공동대표는 "증권(채권ㆍ주식)투자는 경제성장과 관련이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 일본 등의 경제성장을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금융위기가 과도한 차입 및 위험감수를 통한 무분별한 투자행태에서 비롯된 만큼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는 두드러졌다. 투자자들은 '국채 버블'이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국채에 몰려 들었다. 채권 쏠림은 비단 국채 뿐만이 아니었다. 위험성이 큰 정크본드(투자부적격 등급의 회사채)마저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이는 미 정부의 초저금리 정책과 국채 및 모기지 채권 대량매입 등 강력한 시장개입의 부산물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지난 2년간 금 가격은 64%나 올랐다. 금에 대한 선호는 안전자산의 매력 외에도 인플레이션 발생의 우려 때문이다. 각국 정부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으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은 제기됐다. WSJ은 미국과 유럽은 현재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처지이지만 이러한 인플레이션 위험 제기는 투자자들이 화폐를 버리고 금 등의 상품으로 눈을 돌리게 했다고 풀이했다. 이와 관련, 투자자들은 중국 등의 강력한 수요를 감안해 구리 등 원자재 투자도 크게 늘렸다. 그러나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리먼 붕괴의 충격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최근 1만선을 되찾은 미 다우존스지수는 리먼 붕괴 이전에 비해 아직 900포인트 이상 낮다. 지난 1987년 '블랙 먼데이' 사건의 경우와 비교하면 회복속도가 느린 편이다. 투자자들은 또한 최근 들어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발을 옮기는 모습이 엿보이지만 아직은 경제지표가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탓에 관망세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씨티그룹의 에린 브라운 트레이더는 "정부가 금융위기를 계기로 시장에 개입하면서 투자자들은 이전보다 경제를 전망하기 더욱 어려워졌다"며 "투자자들은 확신할 만한 데이터가 나오기 전에는 (주식)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