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한 주요 국책ㆍ민생법안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줄줄이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주요 법안들이 정권 이양기와 맞물려 무기력하게 ‘청산’되는 과거 악습이 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재연될 조짐이 나타나고있다.
29일 국회와 재정경제부 등 주요 정부부처에 따르면 사회보험료 통합징수법, 임대주택법,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등 굵직한 민생 관련 주요 안건의 2월 임시국회 회기(1월28일~2월26일) 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여야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이들 안건의 처리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안건이 관련 국회 상임위에 상정조차 이뤄지지 않았거나 정당 간 견해차이가 크다.
2월 임시국회의 안건처리 우선순위에서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정부조직개편법안,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신인 각료 인사청문회 등 새 정부 출범과 관련된 안건에 밀렸다.
김진표 대통합민주신당,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주 회동을 갖고 국회 계류 법안 중 약 40개를 원안대로 공동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합의처리 안건 리스트에는 사회보험료 부과법만 포함됐을 뿐 나머지 주요 민생법안은 모두 빠져 있다.
사회보험료 부과법안도 합의대로 처리될지 미지수다. 통합징수기관을 국세청 산하 징수공단과 건강보험공단 가운데 어디로 할지를 놓고 재정경제위ㆍ보건복지위ㆍ환경노동위 등 3개 상임위의 견해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들 안건은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2월 임시국회는 ‘4ㆍ9 국회의원총선거’ 실시로 오는 5월29일 임기가 끝나는 17대 국회의 마지막 회기다.
먼저 국민연금ㆍ건강보험ㆍ고용보험ㆍ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의 보험료 징수업무를 통합하고 보험료 징수기관을 국세청 산하 징수공단으로 일원화하는 사회보험료 통합징수법안의 경우 재경위에 계류돼 있다.
반면 사회보험료 통합징수기관을 건강보험공단으로 지정한 국민연금법개정안(박재완 한나라당 의원 발의)이 보건복지위에서 논의 중이다. 재경위는 국세청, 복지위는 건강보험공단을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어 절충이 쉽지 않다.
전국을 4개 등급으로 분류, 법인세를 차등 감면해주는 내용의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이 통과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수도권과 지방 동시 활성화를 정책 목표로 설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통합신당 내부에서도 좋은 평가가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합신당 정책국의 한 관계자는 “양당 모두 균특법 처리 여부 자체를 논의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간펀드를 조성해 연간 5만가구씩 임대주택을 건설한다는 내용의 임대주택법 개정안 처리도 불투명하다.
양당은 법안 처리와 관련, 일단 정부의 민간펀드 수익률 보전 비율 등을 하향 조정하는 등의 수정작업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이 같은 작업이 이뤄졌을 경우 법안을 당론이 아닌 의원 ‘자유투표’로 표결 처리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주택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상황이라 민간펀드 수익률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막대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법안을 통과시키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상정이 안 된 상태. 상정이 되더라도 통외통위의 문턱을 넘어 본회의 통과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다.
양당 정책위의장실 관계자 모두 “비준 동의안 처리 문제는 양당 모두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총선 일정, 국민 여론수렴 등 복잡한 절차와 정치적 변수를 고려할 때 내부적으로 처리가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