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선 시장의 호황을 타고 국내 해운업계에 판도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만년 3위에 머물렀던 STX팬오션이 무서운 기세로 덩치를 키우며 현대상선을 제치고 2위 자리마저 넘보고 있다.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STX팬오션은 올 상반기에만 모두 2조364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2,733억원에 비해 60%나 불어났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2조7,844억원)의 80%가량을 반년 만에 거둔 것으로 상반기 영업이익도 지난해보다 420%나 급증한 1,858억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STX팬오션의 한 관계자는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은 벌크선 운임이 연말까지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시황 호전에 힘입어 올해 5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현대상선의 지난 상반기 매출은 2조3,24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3,007억원)보다 불과 1% 늘어나는 등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 영업이익도 벌크선 영업 호조와 사업비 절감 효과에 힘입어 1,179억원을 올렸지만 STX팬오션의 실적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STX팬오션은 이 같은 여세를 몰아 올 들어 선단규모를 350척으로 늘린 데 이어 추가로 30척의 선박을 신규 발주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현대상선 측은 이에 대해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비중이 적절해 영업이익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현대상선은 등락이 심한 해운시황에서도 국내 선사 중 가장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내 1ㆍ2위 선사들과 STX팬오션과 같은 벌크선 위주의 선사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었다”며 “그러나 이미 폭등세를 보인 벌크선 활황국면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국내 해운업계 판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한편 건화물을 수송하는 벌크선박의 운임지수(BDI)는 지난달 24일 9,000포인트대로 올라선 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이달 1일 9,537포인트까지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