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동 오류가 있는 슬롯머신을 방치해 잭팟이 터졌다면 ‘기계 고장’을 이유로 당첨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합의12부(부장 서명수)는 김모(66)씨가 강원랜드를 상대로 ‘2억8,500만원의 슬롯머신 잭팟 당첨금을 지급하라’며 제기한 당첨금지급 소송에서 원고패소한 1심을 깨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07년 10월, 강원랜드 내에서 슬롯머신 게임을 하다가 숫자 ‘7’ 세 개가 일렬로 배치돼 잭팟에 당첨될 수 있는 보너스 게임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보너스 게임 중 기계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았고, 이에 김씨는 직원을 호출해 점검을 받은 뒤 ‘이상 없으니 게임을 진행하라’는 말에 다시 게임 진행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잭팟 당첨을 의미하는 ‘윈 프로그레시브’램프가 켜지더니 슬롯머신 전광판에 2억8,500만원이 표시되면서 깜빡였다.
그러나 강원랜드 측은 “김씨가 기계를 가격해 오작동을 불러일으켰고, 윈 프로그레시브 램프만 켜졌을 뿐, 전광판에 축하메시지와 게임 종료를 알리는 표시 등이 안 떠 당첨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당첨금 지급을 거절했고, 김씨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시스템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기계 하단을 수차례 가격했고, 잭팟 당첨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원고패소 판결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기계 오작동이 있었다면 이용객들의 기계 이용을 막았어야 했지만 오히려 피고의 직원은 점검 후 ‘이상이 없으니 게임을 진행하라’고 말했다”며 “이로 인해 잭팟에 당첨된 이상 설령 기계 오작동으로 인한 것이라도 그 책임을 김씨에게 돌릴 수 없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이어 “강원랜드의 카지노업 약관에 비록 ‘기계 고장으로 당첨된 경우 그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안내문으로 부착했다고 해도, 고객에게 충분히 이를 설명하지 않았다”며 “잭팟 당첨 요건도 김씨가 안내 받지 않았고, 기계를 가격해 오작동을 일으켰다고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