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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작가 김연수 산문집 '소설가의 일', "소설가는 평범한 일상 강렬하게 느끼는 사람"

플롯잡기·30초안에 소설 쓰기 등 국내외 작품 인용해 창작론 설명

소설가 김연수


"아는 사람(평론가)은 (작품을) 쓰지 못하고, 쓰는 사람(소설가)은 알려고(평론) 하지 않는다. 느끼려고 할 뿐. 더 많이 느끼고 싶다면, 늘 허기지게, 늘 바보처럼 굴어야 한다. 미식가보다는 지금 자기 앞에 놓인 이 평범한 일상을 강렬하게 맛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p223~224)

좋아하는 작가가 글쓰기에 대해 쓴 글, 소위 창작론을 읽는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 뛰는 일이다. 그가 빚어내는 언어의 연금술, 어떤 재료를 어떻게 주물러서 이렇게 했더니 요런 작품이 나왔더라 하는 비밀을 엿보리라는 밑도 끝도 없는 기대감 때문이다. 누구나 한 편 쯤 가슴에 품고 있을 이야기가 언젠가 자신을 '신인(新人)'으로 만들어 주는 사다리가 되리라는 뭐 그런.


매양 친절한 레시피일 리 없다. 마루야마 겐지가 '소설가의 각오'에서 그랬듯, 죽비 든 선방 스님에게 쫓기는 기분일 수도 있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처럼 그가 방탕하게 죽어가던 이야기를 한동안 참고 들어줘야, 겨우 몇 가지 테크닉을 얻어가는 수준이 될 수도 있고.

올해로 마흔 넷, 소설가로서는 등단 스무해를 맞는 작가 김연수의 산문집 '소설가의 일'을 펴는 기분도 그랬다. 동인·이상 문학상을 비롯한 여러 상으로 증명된 그의 신작을 받아드는 기분은 언제나 기대감 가득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모두 각자에 진실이 있다는 철학 아래 상대(혹은 등장인물)의 입장에 공감을 잘하는 자칭 '황희 정승 스타일의 소설가'인 그는 할리우드에 떠돈다는 창작공식을 슬며시 내놓는다.


(캐릭터 + 욕망) / 방해물 =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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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쉽게 표현하면 (보고 듣고 느끼는 사람 + 그에게 없는 것) / 세상의 갖은 방해 = 생고생(하는 이야기)다.

저 유명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로 대입하면 다음과 같다.

(84일 동안 물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한 재수 없는 노인 + 1,500 파운드가 넘는 어마어마한 물고기) / 이런저런 상어들 = 3박4일 동안, 고생 끝에 잡은 물고기를 상어들에게 다 뜯겨가면서도 항구까지 끌고 오는 이야기.


방법은 '왜?' '어떻게?'를 반복하며 디테일을 채우고 플롯을 잡아주는 것. 더 보태자면 '왜 하필이면!' '설마 그럴 줄이야!' 정도다. 그 외에도 작가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플롯 포인트), 불안과 무기력, 욕망(혹은 사랑)과 결핍이 채워주는 핍진성, 퇴고의 중요성, 캐릭터와 플롯 중심 소설의 차이, 30초 안에 소설을 잘 쓰는 법 등등 많은 충고들을 내놓는다.

하지만 인용은 여기까지. 많은 작품을 인용하지만 끝을 보여주지 않는 이 작가처럼 점잖게 스포일러 짓을 그만두겠다. 그래도 이 유쾌한 밥상을 점잖게 비울지, 몇 점 골라 먹고 물릴지, 아니면 발로 차 엎을 지는 역시 독자들의 몫. 점잖은 창작론이라기보단 농담 가득한 학습만화 같지만, 머리를 쥐어뜯으며 문장을 고민한 적이 있다면 공감 백배다. 직접 읽어보시라. 1만3,000원.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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