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Story]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

"허리디스크 수술없이 고쳐… 한방치료 과학·세계화 박차"<br>"근거 없다" 비방 이겨내고 20년 전문 한방병원 외길<br>추나요법 전국 11개 한의과 대학 정식과목 채택<br>하버드大와 공동연구·美 분원 오픈등 해외시장 공략


성수대교 남단을 지나다 보면 눈에 띄는 병원이 하나 있다. 5개의 큰 건물이 옹기종기 한데 모여 이뤄진 국내 최대 규모의 비수술 척추전문병원인 자생한방병원이다. 척추 상태가 좋지 않아 발생하는 '디스크'의 가장 좋은 치료법이 수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이 병원은 20년 넘게 비수술치료를 고집하며 척추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있다. 수대째 내려온 한의학 가업을 이으며 "한방치료의 과학화ㆍ세계화"를 목표로 동분서주하고 있는 신준식(58) 자생한방병원 이사장을 신사동에 위치한 강남본원에서 만나 얘기를 나눴다. 7대째 한의사를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는 집안의 영향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한의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신준식 이사장이 한의사의 길로 접어든 결정적인 계기는 아버지의 병 때문이다. 신 이사장은 "척추 카리에스(cariesㆍ결핵)라는 척추질환을 앓고 매일 스스로 허리에 침을 놓으며 고통을 참아야 했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몇 년씩 수발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허리 병만은 꼭 정복하겠다고 다짐했다"고 옛날을 떠올렸다. 신 이사장은 허리에 대한 한의학 책들을 뒤지다 맥이 끊겨 거의 치료에 활용되지 않던 '추나요법'을 발견하게 됐다. 추나요법이란 척추 뼈를 손으로 밀고 당겨서 빠져 나와 신경을 누르는 디스크를 제 위치에 맞추는 비수술치료법의 일종이다. 그는 지난 1990년 자생한의원으로 시작된 자생한방병원을 20여년이 지난 현재 전국 각지와 해외에 총 12개의 병원을 거느린 최대 규모의 척추질환 전문 한방병원 네크워크로 키워냈다. 그러나 '수술 없이 디스크를 고친다'는 그의 신념이 빛을 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디스크가 생기면 검사를 통해 수술을 하는 것이 양방의사들이나 환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양의에서는 물리치료나 카이로프락틱(Chiropractic) 등의 보조 수단으로 여길 뿐 그의 치료법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과거 양방의사들로부터 자생한방병원의 비수술치료법이 근거 없다고 무차별적 비방을 받았던 때가 가장 힘들었다"며 "이후 추나요법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주력했으며 현재는 11개 전국 한의과대학에 정식과목으로 채택되는 등 널리 인정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의료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한방의 과학화"라며 "전문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통해 한의한의 근거와 데이터를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생한방병원은 2006년부터 2년간 미국 하버드대 의대와 협력 연구해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상 허리디스크로 진단된 환자 128명을 6개월간 자생의 비수술 요법으로 치료한 결과 95% 통증이 사라졌다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5월 미국통증학회와 6월 유럽재활의학회에서 발표됐다. 최근에는 미국에 분원을 열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그는 "처음 비수술치료를 내세우며 병원을 개원했을 당시 내원한 환자의 비수술치료 비율이 67%에 불과했으나 10년 뒤인 2000년도에는 87%로 급상승했으며 현재는 95%까지 올랐다"며 "보통 비수술요법으로 치료시 1개월 정도면 어느 정도 호전이 되고 보통 3개월가량이면 크게 호전된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이사장은 특히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으로 피해를 입은 환자를 볼 때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95세의 노인척추환자가 굴 껍질이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는 소문을 듣고 이를 갈아서 먹었는데 이 굴 껍질 가루가 장을 막아 장폐색으로 수술을 받아 상태가 악화됐다"며 "검증 안된 치료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생한방병원의 치료비가 비싸다는 주변의 평에 대해 신 이사장은 "치료의 질을 감안하고 구체적인 치료항목을 따져보면 결코 비싸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오히려 15년째 약값을 올리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초진환자의 경우 한 달 약값이 66만원 정도 소요되는데 이는 두 가지 종류의 한약을 먹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추나요법ㆍ봉침 등의 치료비를 더할 경우 80만~90만원 정도라고 전했다. 신 이사장은 "간혹 치료비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자생한방병원의 한약을 만드는 탕정원의 우수한 시설을 둘러본 후에는 하나같이 약값이 비싸지 않다고 생각이 바뀐다"고 말했다. 한편 그의 비수술 한방치료는 내년에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대로부터 꾸준히 연구해온 천연 신물질인 '신바로메틴'의 최종 임상시험이 끝나 현재 보건당국의 시판허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약물은 국내 상위제약사인 녹십자에서 함께 개발하고 있다. 신 이사장은 "신바로메틴은 뼈와 신경을 재생시키는 효과는 물론 진통ㆍ소염ㆍ항염 작용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르면 내년 6~7월께 시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비수술치료법의 효과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 도중에도 부인에게 전화가 걸려오고 딸과 수시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는 등 자상한 가장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한의사로서 건강관리에 대한 비법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그는 '절제와 비움'을 강조했다. 그는 "난로에 불을 피울 때 불쏘시개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넣으면 연기만 나고 잘 타지도 않는다. 골프를 칠 때도 이것저것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 보면 공이 잘 맞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너무 많은 생각ㆍ잡념을 버리고 소화시킬 수 있는 적당량만 먹고 운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척추건강을 위해서는 "50분간 앉아 있었으면 5분간은 일어서서 꼭 움직여야 한다"고 당부하더니 갑자기 일어나 시범을 보였다. 그는 "시간 날 때마다 일어서서 배꼽에다 두 손을 모으고 발뒤꿈치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행동을 반복하면 혈관이 없어 산소와 혈액공급이 쉽지 않은 디스크가 펌핑(pumpingㆍ위 아래로 움직임) 상태가 돼 신선한 산소의 공급으로 척추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신 이사장은 수영ㆍ걷기 등 몸의 여러 부분을 균형적으로 쓰는 대칭운동이 건강에 큰 도움이 되며 등산은 1~2시간 이내로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신 이사장은 'Doing'이라는 단어를 항상 마음속에 새기며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열정을 가지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좋은 생각을 많이 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삶의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준식 이사장은
▦1952년 충남당진 ▦경희대 한의과대학 및 대학원 졸업(석ㆍ박사) ▦1999년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겸임교수 ▦2006년 대통령 표창 국민훈장 동백장 ▦2007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현) ▦대한척추신경추나의학회 회장(현) ▦㈔대한한방병원협회 회장(현) ▦자생의료재단 및 자생한방병원 이사장(현)
분원 설립때 지역 주민 요구 크게 반영
국제진료지원팀 개설 외국인 환자 유치도 힘써

자생한방병원에서 일하는 200여명의 의사들은 매주 월요일 오전에 모여 교육을 받고 한 달에 한 번씩 서로에게 직접 추나요법을 실시하고 침을 놓으며 치료법을 연구한다. 신준식 이사장이 철저한 교육과 분원관리로 질 높은 치료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설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신 이사장이 본원에서 최소 5년 이상 교육을 받고 경험을 쌓은 의료진에게만 분원설립을 허락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신 이사장은 특히 분원 설립시 병원의 경영적 판단보다는 지역주민들의 병원설립 요구를 중요하게 반영한다. 병원이 생기기 전 해당지역에서는 자생에서 진료 받은 지역환자들과 주민들이 모여 '자생봉사단'이라는 단체가 만들어져 각종 사회봉사활동을 펼치고 이후 지역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필요성이 높아지면 병원이 만들어지는 형식을 밟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척추전문 한방병원인 자생한방병원은 강남 외에 강북, 목동, 영등포, 부천, 분당, 수원, 안산, 일산, 대전, 미국 풀러턴, LA 등 총 12개의 네트워크 병원을 두고 있다. 이어 올 하반기에는 잠실점과 울산점을, 내년 초에는 부산 해운대점 개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 이사장의 경영철학 때문에 병원 내에 10년 이상 장기 근속하는 직원이 절반을 넘고 이직률도 낮다. 최근 개원 21주년을 기념해 신 이사장은 전체 직원의 10%가 넘는 100여명을 대거 승진시켰다. 이중 20년 전 자신의 운전기사로 입사했던 직원을 이사로 발령 낸 것은 의료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성실함과 능력이 있으면 누구나 최고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직원들에게 심어준 것이다. 신 이사장이 최근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외국인 환자 유치다. 외국인을 위해 자국어로 된 약 복용설명서를 제공하고 본국에 돌아가서도 한약을 복용할 수 있는 택배 서비스를 실시했다. 외국인 한의사를 채용하고 국제진료지원팀도 개설해 영어ㆍ일어 등 외국인 전담 코디네이터가 진료를 위한 입국에서 귀국까지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터내셔널 클리닉을 처음 개설한 지난 2006년 외국인 초진 환자 수는 185명 남짓이었으나 2007년에는 389명, 2008년 576명, 2009년 1,000여명 정도로 3년 동안 5배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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