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도움안되는 4대입법으로 허송세월"
박용성 회장 파리서 '쓴소리'…"비난하며 좌우논란 국익 도움 안돼"
'재계의 쓴소리'로 통하는 대한상공회의소 박용성회장이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정치권과 정부, 사회지도층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박 회장은 국제상업회의소(ICC) 이사회에서 제45대 회장에 선임된 뒤 풀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ICC 회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히면서 특유의 직설적 화법으로 국내상황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쏟아냈다.
그는 우선 정치권과 정부의 반성부터 촉구했다.
현재처럼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기업을 도와주는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기업을 옥죄는 법을 만들고 있다면서 "우리경제나 기업의 경쟁력에 아무런 도움이되지 않는데 4대 입법을 갖고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개탄했다.
재계가 가장 문제를 삼아온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해서는 "가장 큰 문제는 오버 캐퍼서티로 다른 부문에 투자를 하려고 해도 못한다는 것"이라면서 "자신의 책임하에 이뤄지는 자산운용에 대해 (정부가) 왜 간섭을 하는 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내가 아니면 누가 살피랴', '우리나라 기업들은 항상 뒤를 돌보고 지도해주고 감독해줘야만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문제가 되면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에서 개입하도록 하는 것이 '정답'이라면서 정부가 할 일은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재벌'이라는 것이 전세계에 없는 제도라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안맞는 제도라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고쳐야 한다"면서 국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제도가 기준이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2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 전환하는 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경제의 가장 큰 문제라면서 의료, 레저, 관광, 교육 분야의 진입장벽을 허물어 투자가 이뤄지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특히 "경쟁처럼 좋은 것은 없다"고 강조하면서 의료와 교육분야에서의 영리사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경제규모가 세계 11위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경제를 움직이는 인력(경영자)은 미국에서 하청교육을 하고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좌파 경향 시비와 관련, "토지공개념, 원가공개 등 좌파논란이 있는 정책들은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온 정책"이라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비난하고 좌냐, 우냐 논란을 벌이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회지도층에 대해 "가진자들도, 우측에 있는 자들도 반성해야 한다"면서 "18억원짜리 집에 사는 사람이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돼 세금 60만원 올라간다고그 렇게 아우성을 칠 수 있냐"고 한탄했다.
박 회장은 "사회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무를 다해야 존경을 받을수 있다"며 "자신의 지위에 맞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지금 우리경제는 백약이 무효한 상태로 관료들도 20년 동안 이렇게 정책효과가 없는 것은 처음이라고 토로하고 있다"면서 "반응이 와야하는데 반응이 없어 내가 이헌재 부총리 입장이라도 매우 답답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때 일수록 각자 자기역할에 충실해야 하며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한편 박 회장은 국내외에서의 정력적인 활동과 관련, "내 힘의 원천은 즐겁게생활하고 일이 즐겁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연합뉴스) 엄남석기자
입력시간 : 2004/12/05 08:26
"이렇게 효과없는 정책 20년만에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