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장방법' 놓고 첨예 대립
[한미銀 노조 무기한 파업]使측 "고용보장…방법까지는 제시못해"대출업무 완전 중단등 고객 피해 확산
한미은행 노조의 이번 파업은 '고용불안' 해소가 핵심이다. 노조측은 앞으로 씨티은행 서울지점과의 합병과정에서 인력구조조정 작업이 진행될 게 뻔한 만큼 파업을 통해서라도 고용안정을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이런 한미은행 노조의 강경 분위기에 금융노조가 지원의사를 밝히고 하나은행 노조가 연대 움직임을 보이면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전체 금융권 노사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노사, '고용보장 방법' 놓고 첨예한 대립=노동조합이 요구하는 조항은 모두 38개이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고용보장. 특히 노조가 구체적인 고용보장 방법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면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측은 고용안정성은 보장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까지 노조에 밝히는 것은 경영권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27일 밤부터 28일 새벽까지 진행된 마라톤 협상에서도 고용안정과 관련된 부분이 해결되지 않아 결국 협상이 결렬되면서 무기한 총파업 사태로 확산됐다.
임단협 문제에서도 노사간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한미은행 노조는 상급단체인 금융노조 공동임단협(공단협) 외에 개별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측은 씨티은행 서울지점과의 합병예정 시한이 오는 11월로 예상되는 만큼 공단협 타결 후 협상을 벌일 경우 시간여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서는 금융노조도 한미은행에 예외를 인정해줬다. 그러나 사측은 임단협 사항은 공단협 결과가 나온 후 협상하자며 노조측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금융노조, 하나은행 연대 움직임=금융노조는 이번 파업에 이어 7월2일 열리는 하나은행 노조의 '총력투쟁 2차 결의대회'도 전폭 지원하기로 하면서 금융권 노사문제가 악화할 전망이다. 여성에게 불리한 인사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며 사측과 마찰을 빚어온 하나은행 노조는 지난주부터 조합원들로부터 1인당 50만원의 파업준비기금을 걷고 있다. 지금까지 약 70%의 조합원이 납부해 7억4,000만원 정도의 파업준비기금이 모였다.
하나은행 노조의 한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호응이 큰 만큼 파업도 불사할 것"이라며 "노사협상의 진척이 없으면 이번주 내에 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파업 나흘째, 고객불편 갈수록 커져=한미은행 노조 파업이 4일째로 접어들면서 고객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한미은행은 28일부터 파업종합비상대책 프로그램에 따라 전국 223개 점포의 4분의1에 해당하는 57개 거점점포에서 영업을 하고 있지만 업무는 입출금 등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규직이 대거 파업에 동참하면서 비정규직과 간부 중심으로 거점점포가 운영되고 있어 전산조작 미숙 등으로 업무처리가 지연되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
특히 대출업무는 본점의 심사를 받을 수 없어 완전히 중단됐고 외국환 송금과 수출입 관련 업무 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중소기업의 월말 결제자금 지원을 위해 전 영업점에서 취급할 예정이던 어음교환 업무도 인력부족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한미은행의 한 관계자는 "고객들의 전화를 받기에도 일손이 부족하다"며 "입출금 이외의 다른 업무들은 처리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입력시간 : 2004-06-28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