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국내기업 292개사(대기업 146개사, 중소기업 146개사)를 대상으로 '배임처벌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절반에 달하는 49%가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고 답했다. '준법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기업은 42.8%로 집계됐다.
실제 국내기업 10곳 중 1곳은 배임죄 처벌을 피하려다 경영차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의 9.6%는 '배임죄 처벌로 경영차질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고, 이들은 '의사결정 지연'(60.7%), '보수경영으로 기업성과에 악영향'(46.4%), '투자위축'(39.3%), '신규사업 진출 실패'(10.7%)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배임죄 처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가장 많은 기업들은 '적용 및 처벌 기준의 불명확'(83.2%)을 꼽았다. 처벌 기준에 대해서도 77.1%가 '모호하고 자의적'이라고 답했다. 처벌 수준에 대해서는 '과도하다'(41.8%)와 '적당한 수준'(42.1%)이라는 의견이 비슷했다.
향후 배임처벌제도의 개선과제로 응답기업의 73.6%는 '적용기준의 구체화ㆍ명확화'를 꼽았다. 이어 20.2%는 '경영 판단의 원칙 확립'을 들었고 '적용기준 완화'(3.1%), '배임죄 폐지'(2.1%), '형량 완화'(1.0%) 등도 제시됐다.
대한상의는 우리나라도 미국의 판례나 독일의 주식법처럼 경영진의 선의의 판단으로 사후 손해가 발생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경영 판단 존중의 원칙'을 법률과 판례로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기업인들이 정당한 경영상의 결정도 훗날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배임죄의 성립요건을 엄격히 해 남용여지를 줄이고 배임여부에 대해 충분히 검토를 거친 의사결정사항에 대해서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해 본인(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죄'로, 국내법에는 형법과 상법 등에 징역 또는 벌금형이 규정돼있다. 특히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특정경제가중범죄처벌법에 의해 가중 처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