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버리는 돌은 잡기 싫다

제4보(49~72)



백52는 상변 흑대마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계속 손아귀에 쥐겠다는 수순이다. 흑53은 기세상 이렇게 단수치는 것이 당연하고 백도 54로 받아 패를 하는 것이 프로다운 수순이다. 패를 겁내어 백이 곱게 이어주는 것은 프로의 행마가 아니다. 흑59. 이곳을 백에게 역으로 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검토실의 백대현6단은 참고도1의 백1 이하 6을 예측하고 있었다. "거북등때림을 하면 흑이 나쁘지 않아요. 상변의 흑대마도 잡힐 돌이 아닙니다."(백대현) 그런데 박영훈의 백60이 기묘한 반작용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박영훈은 백 2점을 흑이 팻감으로 잡을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 활용해둔 것이었는데 이것이 반골의 승부사 이세돌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이었으니…. 원래 이세돌은 팻감으로 좌변쪽 백 2점을 잡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백60으로 활용 당하자 마음이 변해버렸다. 상대가 버리기로 작심을 한 돌은 무조건 싫다는 오기였다. "오기도 오기지만 기리(棋理)로 보아도 당연한 처사였습니다. 흑61로 응수한 자체로 흑은 상당히 단단하고 두터워졌어요. 두터운 돌은 보강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리거든요."(백대현) 백60은 너무 끝내기 이득을 밝힌 수였다. 이곳은 참고도2의 백1로 점잖게 뻗는 것이 최선이었다. 우상귀의 패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중원을 두텁게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대략 백11까지의 진행이 예상되는데 이 코스였으면 바둑은 이제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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