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영어 공용화 비효율적" LG전자, 없었던 일로?

"업무 가중·소통 혼선 초래" 외국인 임원·조직도 줄일듯


LG전자가 전사 차원에서 추진했던 '영어 공용화' 계획을 사실상 폐지했다. 또 글로벌 경영의 일환으로 대거 영입했던 'C(Chief) 레벨' 외국인 임원들이 교체되고 이들이 이끌던 조직도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0일 LG전자에 따르면 구본준 부회장이 최근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굳이 영어로 업무를 하지 말라"고 지시한 후 영어 업무가 크게 줄었다. LG전자는 글로벌 기업 도약을 목표로 지난 2008년부터 영어 공용화를 실시해 경영 회의는 물론이고 보고서 작성 등 서류 작업을 영어로 해왔다. LG전자가 영어 공용화 계획을 접은 것은 업무상 반드시 영어를 써야 하는 경우가 아닌데도 영어로 소통하려고 하는 것이 불필요한 낭비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LG전자 내부에서는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임직원들에게 오히려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의사소통에 혼선이 생기는 등 영어 공용화의 비효율적인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영어 공용화 계획 철회와 함께 그동안 글로벌 경영의 일환으로 대거 영입했던 외국인 임원들의 감축은 물론 이들이 이끌던 조직도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더모트 보든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의 퇴진이 예상되며 그동안 비대해진 CMO 휘하 조직 역시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최고구매책임자(CPO), 최고공급망관리책임자(CSCO),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인사책임자(CHO) 등 다른 외국인 임원 자리도 축소, 통합되고 산하 조직도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영어 공용화 폐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아 사내 인트라넷이나 메일 시스템은 기존대로 영어와 한글을 함께 쓰고 있지만 영어 사용 빈도는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외국인 임원들이 회사의 글로벌 역량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들 조직이 필요 이상으로 커진데다 이들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단점도 있었다"면서 "앞으로 후속 인사에서 이들의 교체 및 조직 축소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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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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