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구진포 장어 등 전통 식문화 보존… 조선시대 목사 내아 숙박시설로 개조
| 광산에서 나주를 지나 목포 앞바다로 흐르는 영산강 물줄기는 나주의 풍요로움을 꽃피운 젖줄이다. 나주의 옛영화를 회상하 듯 황포돛배가 영산강을 가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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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박체험이 가능해진 나주 목사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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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羅州, 맛으로 전하는 천년의 榮華
홍어·구진포 장어 등 전통 식문화 보존… 조선시대 목사 내아 숙박시설로 개조
서은영기자 supia927@sed.co.kr
광산에서 나주를 지나 목포 앞바다로 흐르는 영산강 물줄기는 나주의 풍요로움을 꽃피운 젖줄이다. 나주의 옛영화를 회상하 듯 황포돛배가 영산강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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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체험이 가능해진 나주 목사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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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나주라 하면 달디 단 배(梨)나 곡창지대인 나주평야 따위를 떠올리지만 본래 나주는 삼한시대부터 남도의 상징이자 주요 목(牧:과거 행정구역)으로 지정돼온 천년고도였다. 전라도의 전(全)자가 전주. 라(羅)가 나주를 이른다는 것만 보아도 지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오랜 기간 나주가 차지해온 역할과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나주는 함평, 무안, 목포, 영암, 강진, 해남 등 10개 시군을 잇는 관문으로 나주시에 따르면 이중 무안, 영암, 광주 등에는 과거 나주 땅이었던 곳들이 상당 부분 편입돼 있다. 전국 최초의 장이 섰던 지역은 현재 무안이 됐고 제주 역시 과거에는 나주목의 관할 아래 있었다고 하니 과거 나주가 누렸던 영화가 어느 정도였을지 가늠해 볼만하다.
◇영산강이 꽃피운 먹거리 고장
나주를 관통하는 물줄기는 4대강 중 하나인 영산강이다. 노령산맥 남서쪽 내장산 기슭에서 발원하여 광산, 나주, 함평, 무안을 지나 목포 앞바다에 이르는 영산강은 당시 나주를 남도 최대의 거점도시로 키워낸 젖줄이다. 영산강은 양분이 많고 수량이 좋아 어획량이 풍부했고 강물이 비단처럼 펼쳐진 나주평야를 적셔 풍부한 먹거리를 키워냈다.
물에서 나는 갖은 진미라는 의미에서 어팔진미(魚八珍味), 땅에서 자라난 여덟가지 진미라는 뜻에서 소팔진미(蔬八珍味)가 영산강을 따라 발달했을 정도로 먹거리도 풍부했다. 풍요의 땅 나주는 이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댐 설치로 수량이 줄고 유속이 느려지면서 영산강 수질은 극도로 악화됐다. 현재는 영산강에서 잡은 자연산 민물고기라고 하면 좋은 값을 쳐주지 않는다. 구진포의 한 장어집 주인은 “영산강에서 나는 것은 오염이 돼서 먹을 수 없고 이곳에서는 양식으로 기른 것의 품질을 더 쳐주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먹거리를 중히 여기는 식문화는 그대로 보존되어 어딜 가나 나주만의 먹거리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코가 얼얼해지는 숙성 홍어부터 말갛게 끓인 나주곰탕, 씹기도 전에 입에서 녹는 구진포 장어까지 전라도 특유의 풍부한 맛이 나주의 매력을 더한다.
◇역사도시에 걸맞는 고택체험
하루동안의 고단한 여정은 뜨끈하게 데워진 온돌방 아랫목에서 마쳐야 제 맛이다. 나주시는 조선시대 목사가 머물던 살림집을 여관으로 개조하여 고택 특유의 정취를 살리되 화장실과 샤워시설, 단체 세미나실 등을 신설해 일반에 개방하기로 했다.
조선시대 20개의 목 가운데 아직까지 내아가 남아 있는 곳은 나주가 유일해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나주시 측은 “과거 목사가 이용하던 고택을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나주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몸소 느껴보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내아를 여관으로 개조하게 됐다” 고 설명했다. 이용조건과 가격 등은 현재 조정중이나 이르면 이달 안에 5만~15만원 선에서 가격이 정해 질 것으로 보인다.
내아는 안채 방 5개와 문간채 방 3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양쪽 아궁이에서 군불을 떼 방을 데운다. 따라서 아궁이 바로 옆에 있는 양쪽 끝 방은 잠결에 맨살이 방바닥에 닿기라도 하면 깜짝 놀라 깰 정도로 뜨거우니 이불을 고르게 펴고 잠을 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 나주시는 목사 내아와 함께 인근 향교도 숙박시설로 개조해 고택체험 및 워크숍, 세미나 등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숙박 문의 및 기타 관광관련 안내는 나주시 관광문화과로 하면 된다. (061)330-7892
겨울~봄 제철… 국산은 보기 힘들어져
■ 나주를 대표하는 먹거리 '삭힌 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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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힌 홍어=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홍어의 명산지는 흑산도다. 하지만 십 여일간 삭힌 홍어를 처음으로 선보인 곳은 영산포 일대(옛 명칭 홍해촌), 바로 나주다. 예부터 영산강은 물자를 실어나르며 한양과 남도를 잇는 수로 역할을 했다. 당시 영산강을 거슬러 올라와 물자를 실어나르던 배에서 유독 다른 생선과 달리 열흘이 지나도 썩지 않고 오히려 발효되며 깊은 맛을 내는 생선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삭힌 홍어였다.
홍어는 겨울부터 봄까지 제철을 맞는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어획량이 현저히 줄어 요즘 유통되는 홍어의 99%가 칠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에서 수입한 것들이다. 나주 5일장에 나서도 흑산홍어는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만 판매되는 등 국산은 눈 씻고 찾아보기 어렵다. 가격 차이도 크다. 국산이 10㎏에 15만원 선인데 비해, 칠레산은 8㎏에 8만원 선이다.
쇠고기나 게 등 대부분 음식이 암놈이라야 살이 부드럽고 속이 꽉 차 인기가 좋듯 홍어 역시 암놈이 몸집도 크고 맛도 좋다. 하지만 숫놈 인기도 못지않다. 영산포에서 ‘전남수산’을 운영하고 있는 이금열(57) 사장은 “숫놈 생식기가 2개라 정력에 좋다는 생각 때문인지 몰라도 숫놈을 선호하는 손님도 많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홍어는 한 마리를 잡으면 반드시 한 마리가 더 걸려 나오는데 교미하다 잡히기 때문”이라며 “이걸 보면 정력제라는 말도 일리가 있는 듯하다”며 웃었다.
좋은 홍어는 전문가들도 식별하기 어렵다. 가오리를 홍어로 속여 파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가오리는 코 부위가 둥근 반면 홍어는 각이 졌다. 국산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지만 냉동 상태로 수입되는 수입산과 달리 냉장으로만 유통되는 국산은 살이 부드럽고 찰져 마니아들은 영산포 일대를 샅샅이 뒤져서라도 국산 홍어를 구입해간다. 국산은 노란빛이 돌며 윤기가 나는 반면 수입산은 검은 빛이 나는 것이 특징이지만 사실상 일반인은 구별이 어렵다.
▦구진포 장어=예로부터 구진포는 개펄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으로 바다와 강을 오가는 장어가 많이 잡혔는데 이곳의 장어 맛은 전북 고창의 풍천장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유명하다. 특히 구진포 장어는 미꾸라지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더욱 맛이 좋다. 나주시 다시면 가운리 구진포 삼거리 일대엔 약 10여 곳의 장어집이 모여있으며 그중 ‘대성장어’는 껍데기 빼고 다 먹는다는 장어전문 요리집 답게 장어 뼈튀김, 내장구이, 육수 등을 골고루 내놓는다. (061)336-1265
▦나주곰탕=국밥의 역사는 장터에서 시작됐다. 나주곰탕 역시 나주 5일장에서 도축 후 나온 소고기와 내장으로 육수를 내어 팔던 데서 유래했다. ‘곰탕’이라는 말은 ‘고아낸 국’이라는 말로 나주 곰탕은 뼈를 고아낸 국물에 양지와 사태 등을 넣고 말갛게 끓여 내는 것이 특징. 뽀얀 국물이 특징인 여느 곰탕과 달리 말갛고 시원한 국물 맛을 낸다. 고기는 당일 잡은 1등급 한우고기만을 쓰는데 더운 밥에 고기와 계란 지단 파, 고춧가루를 가지런히 얹어 낸다. 남평식당 (061)334-4682
▦한우마을 화탑마을=달고 싱싱한 배로 유명한 화탑마을에 최근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한우 전문점을 냈다. 마을에서 직접 기른 토종 암소 한우만 판매하며 식육점에서 산 고기를 마을회관으로 가지고 가면 고기 600g당 5,000원의 세팅비를 받고 상을 차려준다. A++등급 이상의 한우만을 판매하는데 가격도 저렴하여 살치살(이하 600g 기준) 3만5,000원, 등심 2만9,000원선이다. 문의) 세지면 화탑마을 이장 010-5253-2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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