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림칼럼] 과학논문 부정행위 사례

줄기세포 연구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엄청난 파장과 충격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우리 과학계에 대한 신뢰감을 실추시켰고 과학자의 이미지를 흐리게 했다. 이러한 실험결과 조작 사건은 동서남북을 막론하고 과거에도 많이 있었다. 여기에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첫째는 개인의 명예욕을 바탕으로 이뤄졌고, 두번째는 국가 위신이 개입된 경우이며, 세번째는 국가 권력과 깊이 유착된 사건이다. 첫째로 칼 일멘제 사건이다. 지난 80년대 발생한 이 사건은 1936년 스위스 태생인 생명과학자 칼 일멘제가 일으킨 것이다. 그는 독일 뮌헨대학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암 연구소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78년부터 스위스 주네브대학 동물학과 교수로 재직해 세포 분화 연구를 추진하면서 81년 쥐를 복제하고 쥐의 처녀생식에 성공했다고 학술지 ‘셀’에 발표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포유동물 복제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뉴욕타임스 1월4일호에 보도됐다. ‘쥐의 난자는 수정하지 않아도 자연발생적으로 염색체가 ‘배반포(胚盤胞)’까지 진행된다. 즉 발생에 필요한 유전자가 들어 있다’는 것이 그의 연구 내용이다. 그러나 연구 그룹 내부로부터의 고발로 83년 조사위원회가 형성돼 결국은 발표된 논문의 많은 부분이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렸고 일멘제도 최종적으로 시인함으로써 모든 연구비 지원이 취소됐고 84년 9월 교수직을 사임하게 됐다. 이 예는 개인의 세계적 명성과 영광에 대한 갈망이 빚어낸 전형적인 사건이다. 두번째는 블론로 사건이다. 1903년 프랑스의 저명한 물리학자인 난시대학 교수 르네 블론로가 새로운 광선 N선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1895년에 뢴트겐이 발견한 X선 외에 그 선원으로부터 새로운 방사선 N선이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힘으로써 프랑스 물리학계에 커다란 충격을 줬다. 저명한 프랑스 물리학자 대부분이 그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프랑스 한림원은 1903년도 노벨상 수상자인 피에르 퀴리 박사를 제쳐놓고 1904년 최고상을 그에게 수여했다. 그 심사위원에 앙리 푸앵카레(유명한 수학자)도 포함돼 있었다. 1903년부터 1906년 사이에 약 40명에 달하는 과학자들이 N선을 관측했다는 긍정적 내용의 논문을 약 30편이나 발표했다. 그러나 블론로의 실험은 완전히 조작된 것이었다. 그들은 사이비 과학자도 아니고 버젓한 학자들인데 왜 거짓 실험결과에 가담했을까. 1900년께 프랑스 과학의 국제적 명성은 독일에 비해 내리막길에 있었기 때문에 국가 위신 향상이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철저한 진실 규명보다 국가의 영광을 앞세운 결과 나타난 현상이다. 세번째는 루이센코 사건이다. 국가 권력과 결탁한 사건으로 유명한 것으로서 옛 소련에서 일어난 루이센코 사건을 들 수 있다. 제한된 지면 때문에 자세히 소개할 수 없으나 소련의 만성적인 농산물 생산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밀의 품종개량법을 루이센코가 제시했다. 개량된 품종은 그 형질(形質)을 유전한다는 라마르크 학설에 입각하면서 옛 소련의 이념에 상통하는 그의 이론은 국가 권력의 과학적 기반이 되는 것으로 인정받게 돼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과학계에 미쳤다. 결국은 그 허구성이 밝혀지면서 루이센코는 그 권좌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것은 과학이론이 국가 권력이나 이념과 결탁할 수 있다는 전형적 사건으로서 역사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이와 같이 과학계에서는 거짓이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중대한 범죄 행위로 인식돼왔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줄기세포 사건은 위에서 본 세 가지 특징을 골고루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파장은 엄청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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