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1조8,000억원 대로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면서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더구나 종합주가지수도 전고점인 813선에 대한 부담 속에 눈치보기 국면을 이어가고 있어 종목 선택에도 어려움을 주고 있다.
4일 주식시장도 이 같은 투자자들의 고민을 여실히 드러냈다. 종합주가지수는 전일보다 3.21포인트 떨어진 805.13포인트로 마감한 반면, 상대적으로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코스닥지수는 0.20포인트 오른 47.37포인트로 마감해 닷새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거래소시장에서도 12월 동시만기의 영향권에 들어선 대형주지수는 0.81% 떨어졌지만, 중형주와 소형주지수는 각각 1.02%, 1.08% 올라 대조를 이뤘다. 또 지수하락에도 불구하고 430개 종목이 오르고 299개 종목이 떨어지는 등 오른 종목이 훨씬 많았는데 이는 투자자들이 지수보다 종목 중심의 대응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프로그램 매물압박 및 전고점에 대한 부담이 투자심리를 억누르고 있는 만큼 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보다는 코스닥 등 틈새종목 중심의 시장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12월 트리플위칭데이(선물ㆍ옵션ㆍ개별주식옵션 동시만기일)이 지날 때까지 코스닥시장과 거래소 업종 내 2등주, 중소형 실적호전주 등으로 소나기를 피해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거래소 대형주 프로그램 매물압박에 발목=아직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 잔액의 본격적인 청산과정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략 5,000억원 이상의 매물부담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12월 트리플위칭데이가 거래일로 5일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거래소 대형주들은 이미 프로그램 매물부담의 영향권에 들어간 모습이다.
지승훈 대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피200 지수를 쫓아가도록 설계된 프로그램 매매는 평균적으로 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80개 종목 정도를 편입해 운용한다”며 “이에 따라 편입비중이 높은 거래소 시가총액 50위권까지의 종목들은 프로그램 매물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매매의 피난처로 부각되는 코스닥시장=최근 거래소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매기가 옮겨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주 들어 코스닥 ITㆍ소프트웨어업종 및 코스닥지수는 각각 7.88%, 3.33% 올라 종합주가지수 상승률(1.12%)을 웃돌고 있다. 또 아직 개인들의 본격적인 매수전환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개인들의 시장참여 비중이 회복되고 있는 점도 상대적으로 개인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의 활발한 움직임을 예상케 하는 부분이다. 거래소시장 기준으로 개인들의 거래비중은 지난 10월 중순 55%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67%대로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서정광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이 없다는 점 외에도 코스닥 기업 대부분이 거래소 납품기업이나 내수업종이 많은 관계로 경기후행성이 강하기 때문에 시기상으로 코스닥시장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거래소 2등주나 중소형 실적호전주도 관심=내수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독자적인 모멘텀에 힘입어 전고점을 넘어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또 종합주가지수의 종가 기준 점고점이 이날 지수에서 불과 8포인트 정도 밖에 남겨 두고 있지 않아 지수 관련 대형주 중심의 접근은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같은 업종 내에서 삼성전자보다 아남반도체가, SK보다 한솔케미언스가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는 것도 트리플위칭데이의 부담을 피하고자 하는 투자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세중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내수 부문에서 특별한 반전 모멘텀을 찾지 못한다면 당분간 실적호전이 예상되는 업종내 2등주들의 강세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