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불통' 메르켈 … '통합' 올랑드

■ 갈길 먼 그리스 과제는

그리스 사태 협상 과정서 문제 해결방식 명암 갈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의 막판 합의로 그리스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협상 타결 과정에서 유럽은 분열과 갈등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유럽 주요국 정상들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 역시 명백히 엇갈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강경한 태도로 원칙만 고수해 '불통 리더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반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중재에 앞장서는 '통합의 리더십'으로 자신의 입지를 넓혔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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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태를 통해 가장 큰 정치적 내상을 입은 사람은 메르켈 총리다. 그는 '무티(mutti·엄마)'라는 별명처럼 화합을 중시하는 리더로 호평받아왔지만 이번 협상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그리스를 벼랑 끝까지 몰아넣는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메르켈 총리는 12일 유로존 정상회의에 앞서 그리스가 진전된 개혁안을 내놓은 다음에도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Grexit)를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모습을 이어갔다. 이에 관해 지난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리스턴대 교수는 협상 타결 후 "유럽 통합이 크게 훼손됐다"며 "앞으로 그 누구도 '독일의 선의'를 믿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대로 올랑드 대통령은 이번 그리스 사태 해결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세상에 알렸다. 이전 협상 과정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던 그는 12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협상 타결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말해 그렉시트 가능성까지 언급한 메르켈 총리와 각을 세웠다. 이어서 회의 자리에서도 프랑스와 독일 사이의 전통적 유럽 라이벌 관계를 활용, 그리스와 독일 양측의 의견을 조율해 협상 타결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5년여간 독일의 2중대 역할을 했던 프랑스는 이번 협상을 계기로 다시 유로존 공동지도자 자리를 되찾았다"며 "유로존을 지켜낸 일은 프랑스에 자신감을 되찾아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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