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원-달러 딜러 "2000년은 악몽의 해"

원-달러 딜러 "2000년은 악몽의 해"환율 보합·급등락 변덕 대부분 시중은행 헛장사 시중은행 원·달러 딜러들은 요즘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들 말한다. 원화와 달러화를 사고 팔아 돈을 버는 게 그들이 하는 일이지만 올들어서는 좀처럼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시중은행은 대고객거래(환전 등)를 제외한 순수한 은행간 거래(인터뱅크 원·달러 트레이딩)에서는 손익이 「제로」에 가까워 헛장사를 하거나 아예 손실을 낸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은행들뿐 아니라 외국은행 가운데 시장주도 세력이 아닌 「마이너그룹」의 중소형 은행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처럼 은행들이 원·달러거래에서 죽을 쑤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특수한 상황때문이다. 환율이 거의 움직이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급등락하는 추세가 반복되다 보니 시장의 흐름에 올라타 「감」을 가지고 트레이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은행의 수익원은 물론이고 성과급을 적용받는 딜러들의 살림살이도 위축될 게 뻔하다. ◇졸다 깨보면 얻어 터지고 만다=원·달러 딜러들의 한결같은 얘기는 『시장에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환율변동이 거의 없고 시장흐름이 느슨하게 이어지다 보면 자칫 팽팽한 긴장감을 잃기 쉬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장중에 조는 딜러가 있을 정도』라는 농담마저 나온다. 그러나 그러다 보면 어느새 환율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등락해 자칫 손실을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사례가 지난주에도 발생했다. 한동안 완만한 오름새를 보였던 환율이 지난 13일 갑자기 급락세로 반전한 것이다. 「졸고 있던」 딜러들은 허둥지둥했다. 동남아의 통화불안이 지속되고 파업은 끝났지만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심리가 여전해 이렇게 환율이 갑자기 떨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 안심하고 「롱포지션」을 쥐고 있던 일부 시중은행은 기습적인 환율하락에 넋놓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E은행은 이날 하루에만 10만달러 이상의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외국계 B은행도 수천만달러의 롱포지션을 처분하지 못해 손실액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 ◇거래이익을 못내는 곳이 늘어난다=외환위기 이후 환율이 급등락할 당시 은행들은 원·달러 거래를 통해 엄청난 이익을 냈다. 환전수수료 수입도 막대해 트레이딩과 대고객업무를 통해 얻는 이익이 월별 수익구조 분석 결과 은행업무 이익의 10~20% 비중을 차지한 적도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딜러들은 신바람이 나서 일했고 이 부문은 은행의 수지구조 개선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 게 사실. 그러나 99년 하반기부터 내리막을 타더니 올들어서는 원·달러 트레이딩만으로는 이익을 제대로 내는 은행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딜러들은 대고객업무를 제외한 은행간 원·달러거래만 보면 상반기 중 적자를 낸 곳도 2~3개 은행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쉬쉬하며 공개를 안해서 그렇지 속으로 끙끙 앓고 있는 은행이 한두 곳이 아니라는 것. 지난해 상반기 인터뱅크 거래만으로 100억원대의 이익을 냈던 한 시중은행은 올해 상반기 이 부문 이익이 20억원을 갓 넘는 데 그쳤다. 거래규모가 꽤 큰 한 시중은행은 오히려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 코멘트』로만 일관. 이 추세라면 올해 내내 은행 딜링룸은 헛장사를 하게 될 것 같다. ◇딜러들의 불만=딜러들은 외환당국에 불만이 많다.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너무 잦은 개입은 오히려 시장을 위축시켜 자생력을 떨어뜨린다는 것. 딜러들은 직업의 속성상 시장이 역동적이기를 바란다. 그래야 「장사」하는데 편하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최근의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시장참여자들의 감각과 다소 동떨어진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걱정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시장이 지나치게 안정돼 가라앉아 있으면 갑자기 달러수급에 큰 변화가 초래돼 외환시장 전체가 「쑥밭」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성화용기자SHY@SED.CO.KR 입력시간 2000/07/16 16:27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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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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