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논란 커지는 보금자리론

주금공 일방 금리인하에 은행 등골 터진다<br>적용대상 넓고 금리 줄인하 주택대출시장서 지배력 커져<br>은행도 추가 인하 불가피 금리 왜곡 부작용 우려도


요즘 한 시중은행 여신상품 부장은 골치가 아프다. 4월부터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금리가 0.2%포인트 내리는 탓이다. 기본형은 3.8%(10년 기준), 우대형Ⅰ은 2.8%, 우대형Ⅱ는 연 3.3%까지 떨어진다.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을 당국 지침대로 2016년까지 30%로 맞춰야 한다. 그래서 고정금리 상품의 가이드라인처럼 돼버린 적격대출과 보금자리론 금리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그는 "보금자리론 금리가 또 내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라가야 할 판"이라며 "공사야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만 은행들은 수신을 통해 3% 초ㆍ중반까지 금리를 내려야 하니 갑갑하다"고 푸념했다.


은행권에 보금자리론발(發) 우려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은행의 대출 실적으로 잡히지도 않는 보금자리론의 금리 경쟁력이 커지면서 은행의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보금자리론이 시장금리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시장 지배력 커지는 보금자리론=지난해 금융계 최고의 히트상품은 단연 적격대출과 보금자리론이다. 두 상품 모두 은행이 고객에게 대출을 실행하고 그 대출채권을 기반으로 공사가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다. 이때 대출을 실행하고 유동화하기까지 기간이 두 달 정도 걸리는데 적격대출은 은행이 금리를 결정하고 보금자리론은 공사가 한다. 달리 말하면 금리 변동 위험을 적격대출은 은행이, 보금자리론은 공사가 떠안는다는 얘기다. 또 다른 차이점은 적격대출은 은행의 대출 실적에 잡히지만 보금자리론은 위탁판매에 그쳐 은행은 수수료수익만 챙긴다. 지난해 은행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적격대출 판매에 혈안이 됐던 이유다.

그런데 최근 보금자리론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2조원 가까이 나갔고 올해도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2월에 1조원 넘게 팔렸다. 최근에는 속도조절에 나선 적격대출보다 더 잘나갈 정도다.


은행 입장에서야 속 편하게 수수료만 건지면 되니 나쁠 것도 없어 보이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즘 나가는 고정금리 상품 가운데 많게는 40%가 보금자리론"이라며 "고정금리 상품 비중을 늘려야 하는데 적격대출마저도 보금자리론에 뒤처지고 있어 난감하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공사가 적격대출과 보금자리론을 동시에 취급하는 것도 은행으로서는 부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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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보금자리론 대상 너무 넓다"=2004년에 선보인 보금자리론의 적용대상은 계속 확대돼왔다. 출범 당시만 해도 주택가격의 상한선이 6억원이었지만 현재는 9억원이다. 기본형은 소득과 관련한 제한이 아예 없고 금리가 3% 초반까지 떨어지는 우대형Ⅱ도 연소득 2,500만~5,000만원이면 돼 까다롭지 않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박사는 "보금자리론 대상이 광범위해 정책자금이 필요한 데 들어가는지 따져 봐야 한다"며 "주택담보대출을 공공이 가져가는 게 맞냐는 근원적 질문을 던져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리의 방향성에 변화가 생길 경우 지나치게 쏠렸던 고정금리 상품이 부메랑이 돼 부작용을 초래할 여지도 있다. 장기조달 자금이라 미스매치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공사는 이런 지적에 대해 "지금은 보금자리론을 많이 선호하지만 채권시장 조달비용이 높아지면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고객들이 시장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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