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29일 국제통화기금(IMF)과의 4·4분기 정책협의결과를 중간발표하면서 『통화정책의 주권을 되찾았다』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그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16일 공개된 「4·4분기 정책협의 의향서」를 보면 정부가 당초 주장한대로 주요지표인 본원통화(RB) 공급목표가 삭제됐다. 그러나 본원통화와 다를 바 없는 국내순자산(NDA)과 순대외보유고(NIR) 목표치는 명시돼있다. 본래 본원통화란 NDA와 NIR을 합한 수치. 결국 명시적으로 본원통화를 표시하지 않았을 뿐 내용은 이전과 달라진게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있다.
정부와 IMF는 이번 의향서에서 NDA 상한선을 마이너스 7조7,700억원, NIR 하한선을 237억달러로 정했다. 이 둘을 근거로 산출한 본원통화는 지난 3·4분기때 전망과 같은 25조6,400억원.
당초 IMF는 4·4분기 본원통화공급액을 최근의 본원통화 잔액 20조원 수준에 맞춰 현실화하도록 요구했으나 우리 정부가 『통화긴축 정책으로 회귀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반발, 아예 목표치를 삭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IMF도 NDA, NIR 한도만 제시하면 본원통화 공급을 통제할 수 있어 굳이 본원통화 공급잔액을 명시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본원통화 목표치를 삭제한 것은 통화정책에 있어 한국정부가 비현실적인 목표치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의미』라며 『자율성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비현실적인 통화공급목표를 우회적으로 설정해 놓고 그 범위안에서 통화주권을 회복했다고 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손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