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부동산종합대책 발표 이후 강남의 다주택 소유자들이 정부보다 옆집 눈치만 보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정부 정책을 불신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양도세 중과조치가 시행되더라도 1년의 유예기간이 있고 그 사이 집값이 오르면 세금도 많이 내지만 양도차익도 더 늘어날 것이다. 한마디로 정부는 초조하고 부동산 투기세력은 느긋한 형국이다.
올들어 정부는 갖가지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내놓았고 10.29 대책에서는 추가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주택거래 허가제와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 주상복합 전매금지 전국확대 등 엄청난 투기방지책을 제시했다. 그런데도 왜 주택보유자들은 눈치만 보고 있고 온 국민은 호시탐탐 강남 진입만 노리고 있을까. 결론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훨씬 능가하고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기 때문이지만 주택거래신고제처럼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대책들도 국민들로 하여금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를 맹신하게 만드는 요인이라 보여진다.
당초 관련 부처간 협의에서도 논의되지 않았던 주택거래신고제는 엄밀하게 말해 내년 7월부터 시작될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의무화 시행에 앞선 시범적 실시 성격을 갖고 있다. 정부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 대해서만 주택거래신고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들 주택거래에 대해 과연 실거래가 신고를 일일이 확인할 수 있는 행정력이 따를지는 미지수다. 또 지금까지 부동산거래의 실거래가 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세정당국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해 공시지가로 신고하는 관행을 양해했던 것일 뿐 이다.
따라서 주택거래신고제는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즉흥적인 엄포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행정력이 뒷받침되어 주택거래신고제가 정착된다 하더라도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태에서 현재보다 두 배에 이르는 양도소득세 등을 부담해가며 여분의 주택을 내놓을 다주택 보유자는 드물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말 현재 14만여명에 이르는 1가구 다주택 보유자들은 도리어 중과세에서 제외되는 임대주택 사업자로 변신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결국 정부의 10.29 부동산대책 가운데 주택거래신고제는 주택거래허가제가 위헌논쟁 등에 휘말릴 우려가 있는데 따른 고육책이요 대용품에 지나지 않는다. 세금과 행정을 통한 투기억제는 실행력이 확보돼 있을 때에만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