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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실세에 휘둘려 부처 국·과장 인사에 직접 개입했다는 전직 장관의 폭로가 나와 '정윤회씨 등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비선 실세를 넘어 박 대통령 본인이 인사 개입의 창구가 됐다는 것으로 이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정관계에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박 대통령의 이번 인사 개입이 최근 비선 실세 막후 인사 개입의 정점에 있는 정윤회씨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사태 전개에 따라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5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문체부 국·과장에 대한 인사 개입설을 사실상 시인한 데 이어 김종 문체부 차관과의 갈등설에 대해서도 "인사 장난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청와대 집무실로 유 당시 장관을 불러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며 이 부처 체육국·과장의 이름을 거론, 직접 교체를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유 전 장관이 5일 "대충 정확한 정황 이야기"라고 답했다. 당시 교체된 체육국·과장은 승마선수였던 정윤회씨 딸이 소속돼 있는 승마협회 비리 의혹 감사를 담당했던 인사들이다. 항간에서는 감사 결과 발견된 승마협회 비리를 덮기 위해 정윤회씨가 청와대를 통한 막후 작업을 통해 이들 국·과장 교체를 유도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유 전 장관은 또 "김 차관과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하나로 지목되는) 이재만 비서관은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면 정확하다. 김 차관은 자기 배후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있다고 떠들고 다닌다"고 언급했다. 지난 7월 전격 사퇴한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과 관련해서도 "김 전 위원장에 대한 무리한 표적 감사와 사표 수리 등 체육계의 여러 사안에도 (김종·이재만 등의) 인사 장난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현 차관이 전직 장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히는 등 진실 게임으로 번지고 있다. 문체부가 '정윤회씨 등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의 한복판에 서며 비틀거리는 형국이다.
유 전 장관은 7월 돌연 청와대로부터 면직 통보를 받고 해임됐다. 후임 장관 없이 현직 장관이 면직되기는 유례없는 일로 당시 유 전 장관이 청와대로부터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비선 실세의 인사 개입 대행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차관은 해명자료를 통해 "유 전 장관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따른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기자와의 통화를 통해 "유 전 장관을 8개월여 모시는 동안 장관의 인사권에 내가 개입한 적이 없고 개입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김 차관은 청와대의 인사개입설과 관련, "국·과장 경질에 대해서는 체육개혁 미비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이라며 "인사는 내가 차관이 된(지난해 10월) 이전 발생한 사건이어서 나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유 전 장관은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문화부 차관으로 재직시 청와대의 인사 청탁을 거절하다 취임 6개월 만에 경질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번에 논란의 중심에 있는 체육국·과장 문제를 포함해 적지 않은 고위 문체부 인사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장관은 4월 세월호 사건 직후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각부터 총사퇴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유 전 장관을 상대로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문체부 내에서는 조직을 가다듬고 본격적인 정책 집행에 나서려는 상황에서 또다시 외풍에 시달리게 된 데 대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체부는 7월 유 전 장관의 면직에 이어 한 달여 장관 공백과 이후 실·국장급의 대거 교체, 조직개편 등 인사와 관련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