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관광구절판

박광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지난 여름 아들이 장가를 갔다. 나는 며느리에게서 폐백 절을 받으면서 구절판에 담긴 정성 어린 갖은 음식을 맛보았다. 구절판은 우리 선조들이 명절이나 경사스런 날에 가장 좋은 음식을 담는 그릇으로 쓰였다.


나는 '관광구절판론'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는 전통적인 관광 정책에서 한 단계 나아가 관광이 다른 분야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접점에서 경제 이익을 만들어낸다는 논리를 말한다. 관광과 이종산업들의 결합을 통해 창조관광의 융합효과를 만들어내는 원리이며 비결로서 관광구절판을 소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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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판의 중심에 해당하는 관광산업의 핵은 정책 당국이다. 문화체육관광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전통적인 관광정책의 요소들이 구절판의 둘레를 구성하게 된다. 숙박시설·여행사·안내체계·비자·관광상품·관광목적지·기념품·교통수단 등이 그러하다. 이들을 통해 관광산업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구절판 안의 낱개의 음식들을 하나씩 맛보는 효과에 그친다. 다른 업종과의 결합을 통해 관광의 높은 부가가치 효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즉 농업·산업·의료·환경생태·역사문화·음식·교육·치유영성·과학기술·해양 등 모든 분야가 관광의 대상이 된다. 이들 각각의 이종산업들이 관광과 접목되면서 경제적인 이익을 크게 증대시키게 된다. 강원도 화천의 산천어 축제는 일개 수산자원에 머물렀던 산천어가 관광과 결합하고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발전하면서 척박한 산촌인 화천을 일약 'CNN이 선정한 세계 7대 겨울 불가사의한 고장'으로 바꿔놓았다. 2만5,000여명의 화천군민이 10개월 동안 준비해 축제기간 3주 동안 150만명의 외래관광객을 끌어들이면서 지역의 친환경 상품들이 날개 돋친 듯이 팔려 나간다. 나아가 이웃 도시들까지 덩달아 숙박과 식음료 판매로 즐거움과 이익을 나누고 있다. 함평나비축제가 그렇고 김제의 지평선축제도 비슷한 사례다. 제주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하는 것 또한 같은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의료관광도 한류의 브랜드 가치를 타고 급속히 세계인들에게 각광 받고 있다.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강토와 국민의 열정이 뭉쳐서 만들어내는 모든 요소들이 관광적인 재미와 호기심과 교훈의 요소가 된다. 더해 신명과 성실성이 결합하면서 세계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들고 있다. 관광을 잘 만하면 경제에서 대박이 난다. 그리고 그 비결은 관광구절판에 있다. 관광의 전통적인 요소에 그 지역 여건 혹은 산업의 특색을 담아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로 융합해내는 것이 비결이다. 한국 전통 비빔밥의 맛, 융합의 맛을 내는 것이다. 새해에 우리 경제가 관광을 통해 이처럼 창조적인 융합으로 크게 도약했으면 한다. 관광은 청마의 기운을 타고 박차 오를 한류의 새로운 버전이요, 융합의 동인(動因)이다. 산업과 지역과 인재와 우리의 열정과 신명을 연결하는 강력한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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