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조세피난처'(Tax Haven)를 악용한 탈세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들어간다. 대상은 세금 탈루 혐의가 포착된 65개 법인과 개인으로 탈세액만도 무려 4,11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세청이 조세피난처를 통한 탈세 겨냥에 나서기 시작한 지난 2000년 1월부터 올 6월까지 2년6개월간 추징한 세액이 708억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번 조사는 그 규모를 짐작케 한다.
기간도 한달간 계속될 예정이어서 상당한 성과가 기대된다.
국세청이 조세피난처를 거점으로 하는 탈세혐의 기업이나 개인 등에 대해 이번에 일제 기획조사에 착수하게 된 것은 외환거래가 자유화되면서 조세피난처가 대규모 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질거래와는 상관없이 가공회사(페이퍼 컴퍼니)를 설립, 형식상의 거래를 통해 이자ㆍ배당ㆍ로얄티ㆍ주식양도 차익 등 자본거래 소득을 탈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조세피난처와의 거래는 사실 관계 확인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신중하면서도 새로운 조사기법의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세피난처를 악용한 탈루 수법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역외펀드다. 역외펀드는 내국인들이 조세피난처에 불법 유출한 외화로,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다시 국내로 반입 되는 자금이다.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가짜 외자도입'인 셈이다.
이 펀드는 외국법인의 투자라는 보호막 속에서 탈세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벤처 캐피털을 운영하고 있는 L모씨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역외펀드를 설립, 국내관계사의 주식을 취득한 뒤 이를 양도, 150억원의 차익을 얻었으나 세금은 한푼도 내지 않았다.
이 같은 수법으로 그가 탈루한 세금만도 135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조세피난처도 이제는 더 이상 피난처로서의 기능을 잃어 가고 있다. 최근까지만도 세계적인 피난처로 꼽히던 중미(中美)의 섬나라들이 오는 2005년까지 조세회피 제도를 폐지하고 금융정보를 포함한 정보교환에 응할 것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게 약속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잠재적 세금 탈루자들도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탈세시도를 포기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탈세는 지능범죄에 속한다. 특히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범죄는 '화이트 컬러 크라임'(White Color Crime)의 전형이다.
지금 같은 지구촌 시대에서는 세정도 '열린 시각'이 그 어느때 보다도 요청된다. 탈세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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