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등 악재 한풀꺾여 기대감 고조
美증시폭등 '4분기상승전통' 이어질까
뉴욕 증시가 지난 10여년간 보여줬던 4·4분기 상승세를 지속할 것인가. 뉴욕 증시가 고유가와 기업실적 부진이라는 부담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
지난 9월부터 약세를 보여온 미 증시가 13일 폭등하고 월가의 전문가들이 잇따라 낙관적 전망을 발표하자, 이같은 반등 기대가 서서히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월가를 짓눌러왔던 악재는 미국 경기둔화로 인해 기업실적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였다. 여기에 유가 상승과 유로화 약세라는 외부변수가 가세해 증시를 약세장으로 몰아가던 판국에 최근 중동 정세의 악화가 월가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지난 13일의 금요일의 주가 폭등은 이같은 시점에서 나타난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전날까지 3,000선 붕괴를 걱정하던 나스닥지수는 이날 퍼센트 기준으로 사상 두번째, 포인트 기준으로도 사상 세번째나 뛰어올라 3,300선을 단숨에 회복했다.
이날 반등은 유가가 하락 기미를 보이고, 중견 첨단기술주들이 좋은 실적을 발표한데 힘입어 이뤄졌다. 이날만 놓고 보면 「고유가」와 「기업실적 부진」이라는 월가의 두가지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중동 정세의 향방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유가가 어느 수준에서 안정될지 점치기는 쉽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이 내년부터 유가가 하향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이는 중동의 갈등이 심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중동 정세가 악화돼 석유 파동이 일어날 경우 미국 경제의 연착륙은 물건너가고, 고물가 속의 경기 급락이라는 경착륙 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크게 흔들릴 상황이다.
기업실적은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발표된다. 다우지수 산정종목 30개중 15개기업이 3·4분기 실적을 발표할 뿐아니라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아메리카온라인(AOL), 선마이크로시스템, e베이 등 나스닥의 간판종목들이 경영성과를 내놓는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의 실적에 대한 기대수준이 많이 낮아졌기 때문에 발표 실적에 대해 투자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투자전략가 애비 조셉 코언은 현재 증시가 15%가량 저평가됐다고 주장했고, 리먼브러더스의 수석투자전략가 제프리 애플게이트도 「중동 정세가 악화되지 않는다면」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의 상승은 일시적인 반등일 뿐이며 아직 고유가와 이로 인한 인플레,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기 때문에 주가는 계속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않다.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주간기준으로 처음으로 지난주까지 6주연속 하락했다. 이는 10년만의 일이다. 연초대비로도 다우는 11.4%, 나스닥은 18.5% 하락한 상태다.
뉴욕 증시가 이같은 약세를 딛고 4·4분기 상승이라는 10년간의 전통을 지킬 수 있는지 여부는 중동 정세 및 이에 따른 유가 향방과 기업실적의 내용에 달려있다.
석유파동이라는 초대형 지뢰를 제거하기 위한 중동 정상회담과 월가 기업들의 본격적인 실적발표가 16일부터 함께 이뤄진다. 중동 정세가 안정되면 뉴욕 증시의 연말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월가 전문가들의 낙관론이 들어맞을지 조만간 드러날 것이다. /뉴욕=이세정특파원 boblee@sed.co.kr
입력시간 2000/10/1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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