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전의혹' 수사는 '퍼즐 맞추기 게임'

전대월ㆍ허문석씨 신병확보 관건

검찰의 철도공사(옛 철도청) 러시아 유전개발사업 투자의혹 사건 수사는 감사원이 수사요청한 6명 외에 이광재 의원, 권광진 쿡에너지 대표 등 사이의 `퍼즐 맞추기 진실게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부도 직전 주주대금 가장납입(假裝納入)을 통해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인코리아크루드오일(KCO) 설립을 주도한 전대월(43) 하이앤드 대표와 허문석(71)씨가잠적했거나 해외로 나가 퍼즐의 `중요한 조각'이 확보되지 않고 있는 게 이번 수사의 최대 난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검찰로서는 사건 관련자 등의 진술 및 압수수색, 계좌추적 등을 통한 물증 확보는 물론 단시일 내에 두 사람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 각종 의혹을 푸는 데필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로 일치된 진술‥단순 사업실패? 감사원 중간 감사결과 대로라면 이번 사건은 왕영용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철도교통진흥재단 이사장 겸임)이 과욕을 부리느라 다소간의 법령을 어긴 채 사업을진행하다 공금 50억원 가량의 손실을 본 사건에 그치고 만다. 감사원이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은 왕 본부장 등이 ▲법적 근거 없이 유전개발사업에 참여했고 ▲사업타당성과 투자재원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부도를앞둔 전대월 하이앤드 대표에게 거액의 사례금을 약속하고 사업에 참여시켰다는 정도이다. 또 감사원은 김세호 건교부 차관과 신광순 철도공사 사장, 박상조 철도교통진흥재단 사업본부장 등을 모두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요청했지만 정작 의혹의 핵심으로 떠오른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 연루설은 `근거없음'으로 잠정 결론냈다. 이는 철도청 관계자들과 허문석씨가 이 의원의 연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데따른 결론으로 판단된다. 왕 본부장은 "철도청 신규사업 진출 설명회에서 이광재 의원을 언급한 것이 잘못 증폭됐을 뿐 이 의원과 무관한 사업이며 일부 행정착오에 대해서는 모두 내가 책임지겠다"고 하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 도중에 돌연 인도네시아로 출국해 귀국하지 않고 있는 허씨도 "이광재 의원은 전혀 무관하다"며 왕 본부장과 일치된 진술을 하고 있다. 이 의원 본인도 "누군가 나를 팔고 다닌 것이다"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유전개발과 관련해 보고채널이 제대로 가동됐는지에 대해서는 철도청 관계자들의 진술이 크게 엇갈린다. 김세호 차관은 "사업에 대해 보고받은 바 없다"고 하고 신광순 사장은 "내 위임장을 위조한 왕영용 본부장과 박상조 본부장을 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대월ㆍ허문석씨, `진실게임 퍼즐'을 풀 열쇠 이런 퍼즐을 결정적으로 풀어갈 열쇠는 전대월ㆍ허문석씨 두 사람으로 압축된다. 전씨는 권광진 쿡에너지 대표에게서 사업제의를 받은 뒤 가장 먼저 이광재 의원을 찾아간 당사자이고 사업에 지분참여한 허씨는 이 의원 소개로 전씨와 이어진 사람이다. 전씨는 부도직전 상태에서 자기 돈 한푼 들이지 않고 KCO를 세워 최대 주주가되면서 동시에 철도교통진흥재단(이하 철도재단)까지 끌어들이는 `사업수완'을 발휘한 뒤 84억원 상당의 주식양도 채권까지 얻어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전씨가 이광재 의원과 동향 출신인 데다 과거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일했던 점, 그리고 이광재 의원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정치적 배경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 전씨의 동업제의를 받고 사업에 뛰어든 왕영용 본부장이 기술고시 출신으로 오랜 공무원 생활을 해온 점을 감안하면 전씨가 뭔가 `확실한 카드'를 보여주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인 이기명(69)씨의 고교 동창인 허씨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출국 전에도 이기명씨를 만났다"고 언급한 부분에도 일각에서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허씨는 지난 1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기명씨는 노 대통령과 17-18년을 함께 한 사람이지만 그는 작가일 뿐이고 이번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말했다. 당초 5%였던 허씨의 KCO의 지분이 어떤 연유로 0.1%로 줄어들었는지, 철도재단이 최종확보한 지분이 95%라면 허씨 지분 0.1%를 제외한 나머지 4.9%는 어디로 갔는지도 검찰이 허씨와 전씨를 상대로 규명해야 할 과제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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