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에 아파트형 공장 건립을 준비하는 A시행사는 해가 바뀌었음에도 '책임준공'을 할 건설사를 찾지 못했다. 신용등급 A 이상인 중견건설사를 대상으로 은행과 함께 검토를 해봤지만 모두 불가 판정을 받았다. A시행사 대표는 "회사채 등급 전반에 대한 재조사가 필요할 정도로 (재무상태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건설사의 재무상황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시공능력 상위 100개 건설사 중 21개사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고 추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기업들도 줄줄이 엿보인다.
6일 금융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순위 30위권 내에 포함된 7~8개 건설사가 올해 회사채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만기로 자금 압박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30여개 건설사들의 신용위험을 평가한 결과 10~30위권 내 8곳이 유동성 위험에 노출돼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중견 건설사 2~4곳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거론되고 있는 회사 가운데 3곳은 올해 만기 도래 회사채와 PF 대출 상환에 필요한 자금이 각각 1조4,000억~2조5,000억원에 이른다. 유동성 부담액은 자본금의 각각 2.6배, 2.0배에 달한다.
특히 연내 만기 도래하는 건설사 회사채물량은 5조5,200억원(예탁결제원 집계)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사모사채를 제외한 공모사채는 5조1,100억원이다. 상반기만에만 갚아야 할 공모사채도 2조4,000억원에 달한다. 돈을 벌어서 갚거나 차환용 회사채 발행을 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에는 부도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대형건설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형사도 일부만을 제외하고는 아무리 신용등급이 좋다고 하더라도 회사채 발행의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시멘트 업계와 해운ㆍ조선업종도 추가구조조정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7개 시멘트업체 중 현대시멘트가 현재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고 동양레미콘은 동양그룹 전체가 구조조정에 나섰다. 2곳 업체만 흑자를 내고 있다. 해운도 상황은 비슷하다. 더딘 경기회복과 선박 공급과잉, 선박용 벙커C유 가격 급등 등이 업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미 국내 3ㆍ4위인 STX팬오션과 대한해운은 매물로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