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6월1일] <1410> 윤중제


1968년 6월1일 오전10시, 여의도. 섬 둘레 7,533m를 잇는 윤중제(輪中堤) 준공식이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박정희 대통령은 제방의 40만3,001장째 화강암 블록에 ‘한강개발’이라는 휘호를 새겨넣었다. 여의도뿐 아니라 한강과 강남 개발이 이때부터 불붙었다. 개발 전까지 여의도는 일제가 건설한 군용비행장 외에는 황무지나 다름없던 지역. 월남 파병 국군 장병의 면회장으로 사용될 정도였다. 갈수기 때면 밤섬과 영등포를 잇는 거대한 백사장이 드러나기도 했다. 택지 개발과 수해 방지를 목적으로 삼은 여의도 개발은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백사장을 합쳐 200만평가량인 여의도 면적을 줄여 85만평을 감싸안는 16m의 제방을 쌓는 데 책정됐던 공사기간이 당초 1년이었으나 5개월 만에 끝냈다. 밤낮없이 교대 인력을 투입하고 인근의 밤섬에서 나온 트럭 4만대 분량의 돌을 건축자재로 썼다. 여의도 개발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개발연대의 전형을 보여준다. 밤섬 폭파 같은 거친 행정은 물론 온갖 지원책이 쏟아졌다. 윤중제 건설 이후 정부는 마포대교와 시범 아파트 건설, 국회 이전 등 여의도를 집중적으로 키웠다. 여의도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여의도 중ㆍ고교를 진학할 수 있는 동계진학 특혜까지 베푼 끝에 여의도 지역은 도심권으로서 발전뿐 아니라 1970ㆍ1980년대 부동산 상승을 이끌었다. 처음부터 영등포 일대의 백사장과 밤섬을 보전하는 개발정책을 사용했다면 오늘날 여의도는 어떻게 변했을까. 한강은 요즘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한강 르네상스’라는 이름의 프로젝트 아래 서울이 항구가 된다는 무지개 같은 소식까지 들린다. 윤중제 축조 이래 콘크리트 개발로 일관해온 한강의 모습이 이번에는 어떻게 변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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