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구로다 화끈한 돈풀기 시장조차 놀랐다

■ 취임 후 첫 BOJ 금융정책회의<br>화폐공급량 2배로 늘리고 국채 매입 대상 범위 넓혀<br>물가상승률 2% 조기달성 목표<br>"필요한 조치 모두 담아"


'아베노믹스'의 선봉장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취임 후 첫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화끈한' 돈 풀기에 나섰다.

일본은행이 시중에 공급하는 자금인 본원통화(monetary base)를 앞으로 2년 내 2배로 늘리고 장기국채 매입규모도 2년간 2배로 늘린다. 현재 만기까지 남은 기간이 3년 이내로 제한된 국채매입 대상은 40년 만기를 포함해 모든 국채로 범위를 넓혔다.


일본은행은 4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2%의 물가상승률 목표를 조기 달성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새로운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전임 총재인 '시라카와 체제'의 정책틀을 폐기하고 구로다식 '양적ㆍ질적 금융완화'라는 새로운 틀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아베 신조 정권이 출범한 지 딱 100일째다.

우선 자금시장 운용목표를 종전의 무담보 콜금리(익일물)에서 본원통화로 변경하고 내년 말까지 본원통화를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이 시중에 공급하는 자금은 지난해 말 현재 138조엔(약 1,630조원)에서 올해 말 200조엔, 2014년 말에는 270조엔까지 대폭 확대된다. 2%의 물가목표 달성시기를 아베 정권 출범 2년 만인 2014년 말로 보고 이 기간에 집중적인 돈 풀기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본은행은 2% 물가목표에 대해 "2년 정도의 기간을 염두에 두고 되도록 빨리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전임 시라카와 마사아키 총재가 도입했던 자산매입기금은 폐지하기로 했다. 시라카와 전 총재는 일본은행이 공개시장을 통해 국채를 매입하는 것 외에 별도 기금을 설립해 국채를 사들여왔다. 구로다 총재는 이처럼 투트랙으로 이뤄진 국채매입이 금융완화 효과를 오히려 떨어뜨린다고 보고 금융완화 방식을 단일화하기로 했다.


또 현재 만기까지 잔존기간 3년 이내로 제한된 국채 매입 대상을 만기 40년짜리 최장기물을 포함한 모든 국채로 확대하기로 했다. 장기국채 매입량도 지난해 말 현재 89조엔에서 내년 말 190조엔으로 약 2배가량 늘릴 계획이다. 연간 약 50조엔씩, 매월 7조엔 규모로 장기국채 매입량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이 사들이는 국채의 만기는 현재 평균 3년 미만에서 7년 정도로 대폭 연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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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장기국채 보유액을 화폐발행 총액 이내로 유지한다는 내용의 '은행권 룰' 적용은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리스크 자산매입도 확대한다. 상장투자신탁(ETF)은 연 1조엔, 부동산투자신탁(REIT)은 연간 300억엔씩 각각 매입하기로 했다.

마침 아베 총리 취임 100일을 맞은 이날 발표된 구로다 총재의 고강도 양적완화 방침에 대해 정부와 재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정ㆍ재생담당상은 "대다수의 예상을 넘어서는 대담하고 과감한 조치로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중요한 한 축인 과감한 금융완화는 당초 전문가들의 기대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오카무라 다다시 일본상공회의소 회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매우 급격하고 시장에 강하게 호소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파격조치가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BNP파리바증권의 고노 류타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장기금리가 0.5% 안팎의 낮은 수준이라 금리하락에 따른 설비투자 증가와 경기자극이라는 메커니즘은 가동되기 어렵다"며 "금융정책으로 실물경제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상쇄될 경우 2년 내 2%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즈노 아쓰시 전 일본은행 이사도 앞서 추가 국채매입이 시장에 거품을 일으킬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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