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사람] 김진석 대우조선해양E&R 대표

"주요 산유국 증산 약속… 3차 오일쇼크 가능성 크지 않다"



러시아産 원유 도입 규모 늘리면
중동産 가격강세 완충시킬수 있어 수입선 다변화 이제 불가피한 선택
개발·투자위한 외교협력도 힘써야 석유공사 대형화는 바람직하지만
탐사·개발 프로젝트 줄어 아쉬워
"도입선 다변화는 이제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무엇보다 러시아로부터의 석유ㆍ가스 도입에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해외 자원개발 분야 전문가인 김진석(사진) 대우조선해양E&R 대표는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중동발(發) 유가급등 사태에 대해 "러시아에서 도입되는 원유공급 규모가 늘어난다면 중동 원유의 가격강세를 완충시킬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생산량을 합치면 전세계 매장량의 30%로 현재 석유수출국기구(OPEC) 생산량보다 크다"면서 "도입선 다변화뿐 아니라 개발 및 투자를 위한 외교적 협력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유가급등 시기의 대응방향 및 전망과 함께 석유ㆍ가스 자주개발률 향상을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전략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제3차 석유 파동 우려 김 대표는 먼저 제3차 석유파동 우려에 대해 전세계 석유류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분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를 중심으로 각국의 비축능력이 현저하게 증가해 공급차질을 완충할 체제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주요 산유국이 증산을 약속해 1ㆍ2차 석유파동과 같은 전철은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 대표는 "재스민 혁명이 사우디와 이란 등 이슬람 전역으로 확산될 경우 유가급등 상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지만 전세계가 유가파동을 우려해 정치적 안정을 희망하고 있어 그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유가가 100~120달러선까지 올랐다 다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대표는 오히려 시장이 안정된 후 유가가 다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우디와 여타 나라의 원유감산 속도가 늦춰지면 가격경쟁에서 시장점유율 경쟁으로 갔던 걸프사태 이후의 유가폭락 사태가 재연될 수 있습니다." 다만 김 대표는 "리비아와 알제리의 경질유 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고도화 정유설비를 갖추지 못한 국가들에서는 경질원유 공급압박으로 휘발유ㆍ경유 등 경질 제품이 가격 상승 및 수급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유가 대책 김 대표는 "시장이 충분히 감시하고 있어 정제업이 폭리를 취하기 힘든 구조"라고 말을 꺼냈다. 최근 휘발유 가격 급등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유류세 인하에 대해서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석유수급 문제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영국과 같은 국가는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불요불급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국내제품 가격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공급부족 규모와 지속기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는 해결책이 아닙니다. " 우리나라의 비축 시스템에 대해서는 비상시와 평상시에 원활하게 수급조절이 이뤄져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석유파동 당시 비축능력은 유통재고 정도에 그쳤지만 이제는 설비 기준으로 1억4,000만~1억5,000만배럴로 확대됐다. 김 대표는 "초기 대응시 민간 비축유 방출을 허용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가 수입하는 원유 가격이 미국 등 주요국 수입가보다 배럴당 1~2달러가량 높은 '아시아 프리미엄'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석유시장은 미국ㆍ유럽ㆍ아시아 등 3개 권역으로 나뉘는데 미국과 유럽은 남미ㆍ유럽ㆍ중동으로부터 공급이 이뤄져 시장경쟁이 일어나지만 한중일로 밀집된 아시아 수요시장은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이 갈수록 심화되고 역내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김 대표는 "사할린이나 극동러시아로부터 원유공급이 확대된다면 중동유와의 가격경쟁으로 유가상승 압력을 근본적으로 제어할 수단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할린, 서캄차카 해상 생산원유를 가져올 수 있도록 국내 원유수급 다변화시책이 필요합니다. 시베리아 석유개발을 위해서는 중국ㆍ일본 등을 포함한 다자 간 협력시도보다 러시아와 일대일로 양자 채널을 열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나이지리아 심해광구, 러시아 석유개발 사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사업추진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정치적ㆍ외교적ㆍ통상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공사의 대형화 석유공사 대형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했다. 김 대표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우리나라가 통제할 수 있는 원유 매장량과 생산량을 증대시키기 위한 조치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5년 내의 유가가 매입시 예측 유가보다 고가로 갈지 저가로 갈지 불확실한 시점에서 싸게 샀다 비싸게 샀다 하는 논란보다는 M&A로 확보한 외국계 석유기업의 경영을 제대로 해 기술력과 사업기회를 150%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탐사ㆍ개발 프로젝트가 줄어드는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M&A를 통한 자급률 상승을 제외하고 스스로 찾아 매장량과 생산량을 늘린 개발 프로젝트가 적은 것은 자주개발 역량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개발ㆍ생산사업에 대한 공격적 투자 분위기가 살아나도록 분발이 요구됩니다. 우리는 상류(탐사ㆍ개발ㆍ생산) 부문 사업자의 자생능력이 없고 정제 및 석유화학 등 하류(유통) 부문이 이상적으로 비대한 대규모 소비국이지요. 상류 사업자에게 획기적인 혜택을 줘 공급능력을 확대시키는 시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요." 그는 "최소 50년 이상 석유가스 비중이 크게 줄지 않고 에너지 수요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쉘사의 보고서 전망에 비춰볼 때 주종 에너지인 석유ㆍ가스 부문에 대한 투자의 고삐를 늦춰서는 우리나라 산업의 미래가 없다"고 역설했다. "일본ㆍ중국 등 경쟁국은 사업기회가 생기면 은행이 먼저 움직이지만 국내 투자은행(IB)들은 다 된 계약을 빼앗기기도 합니다. 좋은 사업기회가 있을 때 적절한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IB 육성이 시급합니다."
자타공인 해외 자원개발 분야 전문가
■김진석 대표는 김진석 대우조선해양E&R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해외자원개발 분야 전문가다. 한국석유공사에서 기획조정실장과 해외개발본부장 등을 지내며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큰 공헌을 했다. 최근 석유공사가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캐나다 블랙골드 광구 오일샌드 개발도 그가 해외개발본부장을 맡을 당시 계약을 이끌어냈다. 지난 2002년부터는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국제분쟁중재위원으로 활동한 이력도 있다. 인도네시아ㆍ영국 등 산유 중심국가에서 10년 가까이 해외근무를 했을 뿐 아니라 방대한 규모의 해외광구를 직접 확보하는 협상을 주도해온 국제통이다. 능통한 외국어 구사능력을 바탕으로 인적 네트워크가 뛰어나다. 그는 "통역 없이 직접 협상을 하다 보면 상대가 원하는 것에 대해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ㆍ가스 등의 자원 분야는 상류(개발ㆍ생산ㆍ탐사)와 하류(유통) 부문으로 나뉘는데 김 대표는 상하류 부문에 걸쳐 업무 전문성을 지녔다. 석유공사에서 약 9년간 석유류 유통구조 개선 및 비축유 구매ㆍ방출 업무를 담당했고 인도네시아 서마두라 코데코 유전개발 사업 파견을 필두로 20년 가까이 자원개발 상류 부문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해외자원개발 파트너들은 최소 5년 이상의 경험이 있어야 대화 상대로 여긴다"면서 "석유회사 등 자원개발 업체의 경영자는 정말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약력 ▦강원 삼척(58) ▦춘천고, 강원대 경영학과 ▦고려대 경영대학원 석사 ▦한국석유공사 석유사업부장ㆍ신규사업부장 ▦영국현지법인 KCCL 법인장 ▦기획조정실장 ▦해외개발본부장 ▦국제에너지기구 국제분쟁중재위원 ▦석유공사 고문 ▦대우해양조선E&R 대표이사
대우조선해양 해외 자원개발 전담
작년 매출 2,000억 넘어 '퀀텀점프'
■대우조선해양E&R은 대우조선해양의 에너지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E&R은 석유ㆍ가스 탐사 및 생산 등 대우조선해양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지난해 2,000억여원의 매출로 전년에 비해 380% 증가했으며 올해는 3,500억원 매출이 목표다. 그야말로 '퀸텀점프(대약진)'다. 석유ㆍ가스 트레이딩 사업을 기반으로 자원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그간 인도네시아 세푸 광구 투자, 금광을 개발하는 SMC 인수, 수중장비 해군 프로젝트 획득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지난해 파푸아뉴기니 가스전 개발에 참여해 정부의 승인을 받음으로써 LNG 액화사업권을, 모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이 액화천연가스 부유식 원유생산저장 하역설비(LNG-FPSO) 수주를 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했다. 이와 관련, 대우조선해양E&R, 노르웨이의 회그엘엔지, 파푸아뉴기니의 페트로민피엔지 등 3사는 LNG-FPSO를 도입해 파푸아뉴기니 근해의 가스전을 개발하는 내용의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공급될 설비는 연간 300만톤의 LNG 액화가 가능한 대형 FPSO로서 총 사업비는 25억달러에 달하며 오는 2014년 말까지 완공될 예정이다. 이 회사가 LNG-FPSO사업을 제안해 국제 컨소시엄이 산유국 정부로부터 제2의 액화 프로젝트 승인을 받은 사실은 가스산업계에도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파푸아뉴기니는 육상광구에서 생산된 가스를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300㎞ 이상 멀리 떨어진 액화설비까지 운송한 후 액화해 수출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왔는데 기간을 단축시키고 경제성이 높은 방식이 도입된 것이다. 사업영역 확장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 회사의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 SMC는 우리나라 최고의 가행금광을 운영하고 있다. 김진석 대우조선해양E&R 대표는 "매입할 때 매장량이 2.7톤이었는데 지금은 두 배로 늘었다"며 "매년 30억~40억원의 흑자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석탄ㆍ철광은 이미 하고 있는 회사도 많고 마케팅도 어려운 반면 금은 생산하면 마케팅 부담 없이 팔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이를 통해 해외사업을 더욱 뻗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E&R는 올해 발전 플랜트 건설ㆍ운영ㆍ양도(BOT) 사업, FRSU 리스사업 확산을 도모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