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장수연을 연장전에서 물리치며 정상 등극
| 이정은이 5일 현대건설 서울경제여자오픈에서 우승하자 동료 선수들이 생수를 뿌리며 축하해주고 있다. 화성=김동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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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대회 맞아요. 4번홀 그린 밖에서 퍼트했는 데 들어갔잖아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들에게 ‘행운의 대회’로 불리는 현대건설 서울경제 여자오픈의 네 번째 왕관은 장타자 이정은(22ㆍ호반건설)에게 돌아갔다.
이정은은 5일 경기도 화성의 리베라CC 파인힐ㆍ체리힐코스(파72ㆍ6,500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버디8개, 보기2개로 6타를 줄여 장수연(16ㆍ함평골프고1)과 공동선두(7언더파 209타)를 이룬 뒤 연장 첫 홀에서 파를 지키며 우승을 차지했다. 장수연은 이날 15번홀(파4)에서 ‘플레이 개선’ 규정 위반으로 2벌타를 받아 트리플 보기를 범한 탓에 다 잡은 우승을 놓쳤다. 지난주 열린 LIG클래식에서 우승한 여고생 배희경(18ㆍ남성여고3)에 이어 2대회 연속 아마추어 정상 등극을 노렸던 장수연은 연장 첫 홀에서 1.5m 파 퍼트를 놓치며 고개를 떨궜다.
이정은은 지난 2007년 1부 투어에 뛰어들었다. 당시 동명이인의 등록선수가 4명이나 더 있어 그의 이름 뒤에는 늘 ‘5’자가 따라붙었다. 협회에서 선수를 구분하기 위해 등록 순서대로 이름 옆에 번호를 붙였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는 이름에 숫자가 붙는 게 싫었는데 이제는 친근해졌다”고 말했다.
2009년 4월 김영주골프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일궈냈다. 지난해 열린 신세계 KLPGA선수권대회에서는 KLPGA 최다 언더파와 최소타(18언더파 198타)의 성적으로 우승을 거둬 주목받았다. 지난해 12월 열린 한일여자프로골프대항전에서는 신지애(22ㆍ미래에셋), 최나연(23ㆍSK텔레콤) 등과 함께 출전해 1승1무를 거두며 한국의 승리에 기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들어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올 4월 열린 김영주골프 여자오픈과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는 컷 탈락했고 메이저대회 한국여자오픈에서는 62위로 부진했다.
반전의 계기는 지난달 열린 하이원리조트컵. 그는 이 대회에서 5위에 오른 뒤 이어 넵스 마스터피스(4위)와 LIG클래식(5위)에서 연이어 좋은 성적을 냈고 결국 올 시즌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그는 “하이원리조트컵 이후에 감이 좋아졌다. 조금만 더 하면 우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결국 첫 승을 거두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우승상금 6,000만원을 챙긴 그는 상금순위(1억8,000만원) 7위로 뛰어올랐다. 그는 “올 시즌 목표는 5승으로 잡고 있다. 승수를 채우다 보면 상금 부문에서도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