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경영 화두는 오리무중이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꺼낸 농담 아닌 농담이다.
박 회장의 발언대로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기업 경영의 `최대의 적`인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대내외적 경영 변수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신용카드사 부실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가계 부채 증가, 내수 위축 등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노사갈등, 정치 불안 등도 여전히 기업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같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영 환경은 전세계적인 경기 회복에 따라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지난해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평이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 25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내년도 기업경영 환경에 대해 `조금 개선될 것`이란 응답이 44.3%로, 악화될 것이란 응답(20.9%)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지난해에는 북핵문제, 사스(SARSㆍ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 이라크전 등이 악재가 겹쳤지만 올해는 환율ㆍ유가ㆍ금리 등이 비교적 안정될 것”이라며 “기업 경영의 리스크 요인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오는 4월 총선 정국 돌입에 따른 정치 불안 및 정책 혼선이다. 농민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눈치보기` 때문에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통과가 무산됐던 사례가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각종 경제ㆍ민생 법안 처리를 미루는 등 정치권이나 정부가 `면피`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총선 이후에도 정국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도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않은 채 `수출 중심의 반쪽 성장`이 예상되는 것도 한국경제에 큰 위협 요인이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대기업들이 올해 투자를 늘린다지만 액정표시장치(LCD)ㆍ반도체 등 첨단 정보기술(IT) 사업이나 해외 투자가 집중하고 있다”며 “정부가 리더십을 가지고 정책 방향 조기 확정, 과감한 규제 완화 등에 나서야 기업들의 투자 심리도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