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억새바다 `풍덩' 가을 정취 `흠뻑'

올가을 단풍은 예년에 비해 대체로 곱지 않다는 평이다. 단풍명산으로 알려진 설악산·오대산·치악산등 강원도의 3대 국립공원 단풍관광객도 지난해보다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반면 기온은 갑지기 뚝떨어져 이번 주초에 강원도 내륙지방, 전북 동부산간지방, 한라산에는 서리가 내리고 첫얼음이 얼었다는 소식이다. 단풍과 낙엽의 계절이 채 가기도 전에 억새산행이 제철을 맞은 것이다. 원색의 단풍숲이 가을산을 찬란하게 수놓는다면 단색의 순박한 억새밭은 그윽한 정취로 가을을 노래한다. 바람결따라 억새줄기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능선길을 걷다보면 어디선가 『아아 으악새 슬피 우는 가을인가요…』하는 노래라도 들려오는 듯하고, 「갈대의 순정」아닌 「억새의 순정」이 애틋한 감상에 젖게해준다. 억새산행은 10월 중순부터 시작하여 11월 중순까지 한달남짓이 적기. 억새는 우리나라 어느 산에서나 찾아볼 수 있지만 단풍명소로 알려진 산은 억새밭이 드물다. 억새는 척박한 야산능선, 산기슭이나 산마루의 평원지대에서 자생하며 가냘프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간다. 장관을 이루는 전국의 억새명산 5개소를 소개한다. 밀양 재약산= 경남 밀양시 산내면·단장면, 울주군 상북면에 걸쳐 우뚝솟은 재약산(1,189m)은 이른바 「영남알프스」의 최고봉을 이루며 이곳 사자평고원의 억새능선은 전국제일의 억새장관으로 널리 알려졌다. 「영남알프스」란 재약산을 비롯, 밀양과 울산 접경지역의 간월산·취서산등 해발1,000m급 7개 산군(山群)을 가리킨다. 재약산 억새능선은 해발800m 고지대에 140만평에 이르는 사자평 억새밭이 으뜸가는 장관이다. 산행은 사명대사(四溟大師)의 불력과 충혼이 서린 명찰 표충사에서 출발, 홍룡폭포- 층층폭포- 고사리마을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정상으로 향하는 800m능선 나무 한그루 없는 사자평분지에 사람 키만한 억새밭이 드넓게 펼쳐진 모습은 억새산행의 백미를 맛보게한다. 사자평을 지나 정상까지 오르는데 걸리는 총산행시간은 3시간남짓이다. 정선 민둥산= 강원 정선군 남면 별어곡과 증산 사이의 민둥산(1,119m)은 이름 그대로 산위에 나무 한그루 없는 대머리산이다. 그대신 억새가 무성하여 억새산행을 즐기려는 동호인이 많이 찾는 「억새산」이 되었다. 산행기점인 해발800m의 밭구덕마을에서 정상에 이르는 동안 억새밭이 곳곳에 무리지어 있는데, 특히 정상 못미처 넓디넓은 억새군락지가 민둥산에서 으뜸가는 장관으로 꼽힌다. 산세가 둥글둥글 원만하고 등산로도 비교적 평탄한 편이어서 초보자도 쉽게 산행을 즐길수 있지만 이곳 억새는 대부분 한길이 넘는데다가 색깔이 매우 짙으므로 길을 잃지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민둥산에는 물맛이 좋고 위장병에 치료효과가 높다는 화암약수·삼내약수가 있으므로 가는 길에 맛도 보고 한두통 떠오는 것도 좋다. 지리산 만복대= 지리산 능선중에서도 성삼재에서 만복대(1,433m)와 고리봉(1,248m)를 잇는 능선이 억새산행의 첫손꼽히는 코스다. 능선 산행로가 비교적 평탄할 뿐아니라 지나가는 등산로 주변 곳곳에 무성하게 자란 억새밭이 깊어가는 가을정취를 더해준다. 산행은 성삼재휴게소에서 시작한다. 심원으로 내려가는 729번도로 왼쪽에서 북쪽으로 뻗은 뚜렷한 능선길이 보이는데 이 길이 바로 만복대로 이어진다. 능선을 타고 두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다 고리봉에 이르면 드문드문 억새밭이 나타난다. 고리봉을 우회하여 만복대쪽으로 바라보면 널찍하게 펼쳐진 억새밭이 탄성을 절로 지르게한다. 만복대 정상에서 40분쯤 가면 정령치. 이곳에서 남원·구례행 버스를 타려면 고기리나 달궁까지 1시간을 더 걸어야한다. 창녕 화왕산= 경남 창녕읍과 고암면에 걸쳐잇는 화왕산(756m)은 창녕조씨의 연원지이며 임진왜란때 홍의장군(紅衣將軍) 곽재우(郭再祐)가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의 왜군을 물리친 사적이기도하다. 화왕산은 봄에는 진달래산행, 가을에는 억새산행의 명산으로 알려져 동호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웃한 관룡산과 더불어 산세가 빼어나고 능선을 뒤덮은 억새풍광도 빼어나 그윽한 가을정취 속에서 산행의 묘미를 즐기기에 좋다. 산행은 창녕여중고를 지나 500m를 가면 매표소가 나오고 300m를 더가면 어욱새산장.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억새밭은 화왕산성을 지나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 좌우에 군데군데 군락해 있다. 가평 촉대봉= 경기 가평군과 강원 춘천시 경계지역에 위치한 촉대봉(1,125m)은 경기도내 최고봉인 화악산(1,468m)에서 남동쪽으로 7㎞ 떨어진 수도권 최고의 억새산행 명소로 꼽힌다. 산행은 가평군 봉화면 화악리 홍적마을에서 시작하여 바위봉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홍적고개에서 서쪽능선을 타고 시작되는 산행길 들머리부터 억새군락지가 펼쳐진다. 능선을 20분쯤 오르면 빈터가 나오고 100m쯤 더오르면 뾰죽한 산봉우리. 다음에 시작되는 완만한 능선길 좌우 여기저기에 억새가 무지지어 있다. 억새밭 능선길은은 약200m거리로 그리 길지는 않지만 코스가 아기자기해 가을산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밀양·정선·구례·창녕·가평= 황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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