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정지 9개사에 묶인 자금이 주인/정부,은행 자금공급재개 여건조성을종금사 부도가 사실상 초읽기 단계에 들어갔다.
대부분의 종금사 창구에서 고객들의 예금인출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전환종금사들이 지난 3일에 이어 4일 만기가 된 1조9천여억원을 5일 하오까지 결제하지 못해 연이틀째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은 여전히 종금사에 대한 콜자금 지원에 냉담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금융기관 연쇄부도의 가능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일부 종금사는 선언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부도 상태』라며 『현재 9개 종금사에 묶여 있는 1조4천억원의 콜자금을 당장 풀어주고 아울러 은행권이 추가적인 콜 공급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단=종금사들이 집단으로 부도위기에 봉착하게 된 근본 배경에는 재정경제원의 즉흥적인 금융정책이 단초로 작용했다.
재경원은 지난 1일 일부 종금사들이 결제자금을 막지 못하자 자금운용에 여유를 갖고 있는 시중은행들에 콜자금 지원을 주문했다. 은행별로 많게는 3천억원에서 4백억∼5백억원씩의 긴급 자금을 방출, 종금사 부도위기를 막아줬다.
문제는 다음날 발생했다. 재경원이 느닷없이 9개 종금사에 업무정지 명령을 내리고 채권 채무의 동결을 선언해 버린 것이다. 정부 지시를 믿고 콜자금을 지원한 은행들이 지원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
이후 시중은행들은 『이제 누구의 지시도 믿을 수 없다』며 제2금융권에 대한 콜공급을 전면중단해 버렸다. 한국은행이 아무리 독촉을 해도 시중은행들은 막무가내로 자금지원을 기피했고 결국 재경원과 한은, 금융기관 사이에 영이 서지 않는 무정부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현황=은행권이 콜공급을 중단하면서 종금사들은 곧바로 부도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2일 하오 5개 종금사가 1조원의 자금을 막지 못했고 3일 들어서는 8개 종금사가 1조6천억원 상당을 결제하지 못해 다음날 정부의 외평콜자금 지원으로 간신히 부도위기에서 벗어났다. 4일 들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8개 전환 종금사가 1조9천억원의 자금을 결제하지 못해 5일 하오까지 발을 구르는 현상이 재연됐다.
은행권의 콜자금 공급이 재개되지 않는 한 종금사 부도위기는 매일 반복될 수 밖에 없으며 결국 한두개사의 부도처리가 불가피하다는 게 금융권 주변의 시각이다.
◇대안=종금사의 한 임원은 『최근 종금사의 집단 부도위기는 전적으로 9개 종금사에 지원한 콜자금이 묶인데서 비롯됐다』며 『1조4천억원에 달하는 콜자금을 즉각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예금주와의 형평성을 따져 콜자금 상환에 난색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 뿐 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제 종금사를 모두 다 떠안고 갈 수 있는 상황은 지났다』며 『자금부족 규모가 큰 종금사를 과감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금 부족 규모가 수천억원을 넘어서는 한두개 종금사에 대해 추가로 업무정지 조치를 내리고 이를 바탕으로 나머지를 추스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종금사의 무더기 부도를 막기 위해서는 현재 영업정지 9개사에 잠겨 있는 1조4천억원 상당의 콜자금을 즉각 상환하는 한편 은행권이 추가적인 자금지원에 나서는 일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이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