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강판 시장의 이상한 거래조건

인천 남동공단에서 자동차부품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A사 박 사장은 최근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원자재로 쓰이는 냉연강판을 경쟁업체보다 비싼 가격으로 구입하고 있는 현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인해 납품경쟁 과정에서 경쟁업체에 우월적 위치를 빼앗기고 있기 때문에 그 여파로 매출이 계속 줄어들면서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박 사장의 이 같은 걱정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포스코와의 거래를 통해 냉연강판을 사들이고 있는 경쟁업체의 경우 구매가격이 10% 정도 저렴하다는 것. 이로 인해 A사의 원가경쟁이 떨어지면서 매출과 수익성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박 사장의 걱정처럼 포스코가 아닌 다른 냉연강판 생산업체부터 냉연강판을 구매하는 대부분의 중소업체들도 똑같이 5~10% 정도 높게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포스코가 열연 및 냉연강판의 공급가격을 각각 4만원과 2만원씩 차등 조정하는 가격정책을 실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열연강판을 생산하는 포스코로부터 열연강판을 받아 이를 가공해 냉연강판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손실에 대한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냉연강판의 톤당 가격을 5~10% 정도 비싼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 즉 포스코와 직거래를 하는 업체와 그렇지 못한 기업간 제품구입 가격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철강업계에서는 열연 및 냉연강판은 동일한 가격으로 인상하는 게 관례. 형편이 이 정도면 포스코와의 직접 거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박 사장은 “포스코와 거래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거래를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갖춰야 하고 무엇보다 담보가 없는 중소업체들은 거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최근에는 포스코가 냉연강판 2위 생산업체인 동부제강을 인수한다는 소문까지 흘러나와 포스코의 독점적 지위가 더욱 굳건해진다면 이러한 문제가 더 많이 생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중소업체들의 근심이라고 박 사장은 설명했다. 철강업계의 독과점 위치에 있는 포스코가 앞으로 중소업체들에 대한 거래조건을 좀더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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