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안전친화적인 고용구조 구축해야

국민 안전 직결 직종에 비정규직 등 고용투자 부족으로 재난사고 발생

감시·보수·정비 등 고용형태 파악… 교육훈련 필수업종·직종 정해야

반복되는 안전사고 막을 수 있어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에 대비한 안전 분야의 법적·제도적인 대비책을 주문하는 국민 요구에 부응해 국회는 현재 수십건이 넘는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대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명심해야 될 점이 있다. 각종 재난·산업 안전사고의 발생은 기본적으로 인재에 해당하는 문제라는 점에 착안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의 사례들을 면밀하게 분석해보면 대부분 재난사고들은 고용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를 보면 세월호의 선장·선박직 모두 1년 단기 계약을 한 비정규직 직원들로 월급 수준은 200만~250만원 정도로 저임금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안전의식이 부족하고 규정을 잘 지키지 않는 등 책임감이 결여된 비정규직 직원들의 안일한 대처로 여객 선박이 좌초돼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사고다. 초동대처가 충분히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교육경험이 전무했고 책임감이 부족해 대규모 참사로 이어졌다.

2013년 4월 여수의 한 공장에서는 작업 중 용접과정에서 산화수소 폭발로 인해 6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수공장 보수공사 대부분을 저임금 비정규직 근로자가 맡고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는 모두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였다. 대개 보수공사뿐만 아니라 안전 문제와 직결되는 청소업무 또한 외부업체를 통해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다. 시설 보수공사·점검청소 업무 대부분을 1개월 단위 단기 계약직에 맡기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외부업체는 비용절감을 위해 숙련공 투입을 줄이고 안전교육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2012년 9월 불산 누출사고도 늦은 대응으로 피해가 커진 사례다. 이 사고로 출동한 화학물질관리센터 직원 6명 중 5명이 비정규직이었다. 화학물질 유출 사고에 신속히 출동해야 하는 화학물질안전관리센터 전체 직원 13명 중 11명이 전문성이 부족하고 현장경험도 전무한 비정규직으로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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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직종에 단기계약직을 채용함으로써 교육훈련 부족과 낮은 책임감,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 부족, 전문성 향상을 위한 동기 부족 등의 결과를 낳았다. 직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없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즉 현재의 안전사고는 안전 분야에서 사람과 고용에 대한 투자가 부족해 빚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업은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용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고 어느 정도의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담보하는 안전직군이 교육훈련이 극히 부족한 상태의 직원으로 대부분 구성돼 있는 것은, 구조적으로 안전사고에 취약한 고용구조를 초래해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을 불가능하게 할 뿐이다.

사고예방을 위한 안전 분야의 고용구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감시·단속·경비·안전관리·보수·정비 등의 안전 관련 직종 고용형태와 교육훈련 정도에 대한 조속한 현황 파악과 대안 모색이 선행돼야 한다. 면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비정규직을 고용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교육훈련을 반드시 받도록 하는 업종과 직종을 정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 사건 이후에도 반복되는 안전사고로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반복되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도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 분야에 한해서는 보다 안전친화적인 고용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김동원 고려대 노동대학원장(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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