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는 투어 동료들 사이에서 '퍼트 달인'이라고 불린다. 중요한 퍼트를 쏙쏙 집어넣기도 잘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3퍼트를 기록하지 않는다.
통계도 박인비의 퍼트 실력을 잘 보여준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상금과 평균타수 1위로 2관왕을 차지한 박인비는 평균 퍼트 수에서도 1위에 올랐다. 18홀을 평균 28.34회의 퍼트로 마쳤다. 놀라운 사실은 11개 대회만 짬짬이 출전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도 최고의 퍼트 솜씨를 뽐냈다는 것이다. 규정 대회 수 미달로 정규 순위에는 빠졌지만 홀당 퍼트 수 1.707회를 마크, 이 부문 1위에 오른 한국인 상금왕 전미정(30ㆍ진로재팬)의 1.729회보다 더 적었다.
퍼트는 워낙 민감해서 그린의 크기나 잔디 특성에 크게 영향을 받게 마련이지만 박인비는 예외인 셈이다. '컴퓨터 퍼트'의 비결이 뭘까.
박인비는 "거리 감각"이라고 짧게 답했다.
"비결을 물어보는 분들한테는 정말 죄송해요. 퍼트 스트로크가 표준에 가까워 특색이 없는 편이거든요. 저는 기술보다 감(感)을 중요시해요. 특히 거리 감각이 중요합니다. 볼의 속도를 맞추지 못해 너무 길거나 짧게 치면 두 번째 퍼트가 어렵죠. 경사를 잘 읽어도 속도가 맞지 않으면 굴러가는 방향도 예측과 달라지고요."
거리 감각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는 관찰과 연습을 들었다.
박인비는 "실전에서 그린을 읽을 때 그린의 색깔을 유심히 본다"고 말했다. 대체로 엷은 색의 그린은 풀을 깎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스피드가 빠른 편이고 색이 짙으면 좀더 느리다는 설명이다. 하나의 그린에서 기울기를 파악할 때에는 잔디의 '결'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볼 쪽에서 홀을 향해 섰을 때 색이 밝게 보인다면 홀 방향으로 잔디가 누운 순결이고 진해 보인다면 잔디가 반대 쪽으로 누운 역결이라는 것이다. 순결 방향은 볼이 빠르게 구르고 옆 경사를 더 많이 탄다고 했다.
"연습 그린에서 그날의 거리 감각을 체크해야 한다"는 것도 박인비가 강조하는 포인트다. "목표 없는 연습은 효과가 없어요. 라운드 전에 연습 그린에서 10~15m 정도로 하나의 기준 거리를 정해놓고 되도록 여러 차례 퍼트를 해서 감각을 몸에 익히라고 권하고 싶어요. 자주 남기게 되는 거리이기도 하고 그 거리를 기준으로 약간씩 힘을 조절하면 되기 때문이죠. (은퇴한 골프여제) 로레나 오초아도 이런 방법을 썼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