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중소기업 현장선 추가 담보·적금 꺾기…뒤론 '목조르기' 예사

일부선 보험도 끼워 팔아 "자금난 오히려 가중"<br>"유동성 프로그램 은행 주도 탓…현장감독 시급"

은행들이 겉으로는 중소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한다면서 이면으로는 추가 담보 설정, 적금 꺾기, 보험 끼워팔기 등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기업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은행이 주도하도록 만든 정책 탓이라며 정부에 철저한 현장감독을 요구하고 있다. 키코(KIKO) 피해기업인 A사는 최근 주거래 은행인 외국계 C은행에서 유동성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는 통보와 함께 4가지 선결 조건을 해결해야 대출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은행 측이 A사에 요구한 조건은 대표 명의의 부동산을 매도 약정하고 매도계약을 맺게 되면 계약금을 즉시 상환하는 것을 비롯해 ▦대표자 부모 명의의 부동산을 매도 약정할 것 ▦대표자 부모 명의의 부동산을 담보로 추가 설정할 것 ▦대표가 받을 토지보상금 1억5,000만원 중 1억1,000만원을 가져올 것 등이다. 은행 측은 한술 더 떠 지점장이 직접 회사에 찾아와 “4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본 심사에서 퇴출 대상으로 분류될 것”이라며 “지원을 빨리 받고 싶으면 조건을 빠짐없이 이행하라”고 압박했다. 은행권은 이처럼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담보 요구는 물론 무리한 꺾기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경기도의 한 기계부품업체는 대출 적격으로 분류된 후에도 은행에서 ▦매달 500만원씩의 적금에 가입하고 제2금융권에서 3억5,000만원을 대출 받아 키코 손실을 상환한 뒤 다시 담보로 재설정할 것 등을 전제조건으로 요구 받았다. 이 회사 대표는 “담보 이전에 키코 손실액부터 챙겨놓자는 생각에서 제2금융권 대출을 요구한 것도 말이 안 되지만 전에 없던 꺾기까지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심지어 보험사를 계열사로 거느린 은행들이 늘어나면서 보험꺾기 같은 신종 수법까지 등장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많은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출해주면서 화재보험ㆍ시설보험 등 일회성 보험에는 물론 종업원 상해보험ㆍ퇴직보험 등 자금부담이 큰 장기보험에 가입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이 다른 보험사와 이미 보험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기존 보험을 해약하고 계약을 이전하라는 요구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은행들은 방카슈랑스 업무를 대행하면서 보험계약을 많이 맺어야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며 “자금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들의 실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수수료 장사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많은 중소기업들은 화재보험 등 일회성 보험은 물론 매년 고정비용이 투입되는 종업원 상해보험까지 들어야 해 자금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종업원 한 명에 대해 기업들은 3만~5만원의 상해보험료를 지불해 종업원 30명의 중소기업은 매달 90만~150만원의 보험료를 꼬박 내야 한다. 이처럼 은행들이 중소기업의 사정은 외면한 채 채권 확보나 장사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번 유동성 지원 과정에서 신용보증기금ㆍ기술보증기금의 40% 보증이라는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즉 은행의 지원금액 가운데 40%에 대해 신보ㆍ기보가 보증해주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중소기업이 도산해도 은행은 60%만 떼이면 된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자체가 고양이(은행)에게 생선(유동성 지원 주도)을 맡긴 격으로 잘못됐다“며 “지금이라도 감독당국은 현장을 철저히 조사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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