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재미+교육효과' 보드게임 쑥쑥 크네

가족·친구 함께 즐겨 과몰입 예방<br>집중력·사회성 키워 학습효과 입증<br>젬블로 등 국내·외서 판매 증가세<br>정부도 학교 보드게임 활성화 지원


#. 주부 조경옥(42)씨는 얼마 전 할인마트에 갔다가 계획에 없던 지출을 했다. 초등학생 자녀에게 장난감을 선물할 생각에 문구코너를 찾았는데 옆자리에 진열된 보드게임을 덜컥 구입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보드게임을 하자고 조르는 아이들을 보면 연신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조씨는 "아이들 교육에 좋다는 얘기에 보드게임을 구입했는데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모바일 게임에 빠져 말수가 크게 줄었던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게임시장 침체 속에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즐기는 보드게임 시장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여럿이 즐기는 보드게임이 게임과몰입을 예방하는 이른바 '착한 게임'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보드게임 업체들이 속속 활로를 모색하고 나섰다.

6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보드게임 전문업체 생각투자는 지난 2월 환경보호를 주제로 한 보드 게임 '포레스트'를 한국과 미국에 동시에 출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개발 기간만 2년여가 걸린 이 게임은 산림감시원이 은행나무, 단풍나무 등의 나무를 키우면서 자신만의 숲을 가꾸고 재난에서 숲을 구한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구온난화와 환경보호에 대한 의식을 높일 수 있어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교육 기능성 보드 게임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행복한바오밥이 지난해 출시한 '스타키스탁스'는 해외에서 더욱 인기다. 세계 최대 보드게임 전시회인 독일 '에센페어'에 처음 공개된 이 게임은 출시 직후 초도 물량 8,000개가 매진됐다. 현재 유럽과 북미는 물론 러시아에도 판매되고 있으며 최근 누적 판매량 3만장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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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블로가 지난 2003년 선보인 '젬블로'시리즈는 국내 보드게임의 대표주자로 불린다. 국산 보드게임 최초로 수출길에 오른 이 게임은 유럽, 북미, 홍콩, 일본 등 전 세계 44개국에 수출되면서 누적 판매량이 10만개를 넘어섰다. 올해 초에는 2인용 '미니 젬블로'까지 추가로 선보이는 등 매년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2만개와 1만5,000개의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보드게임은 두 명 이상이 주사위, 카드, 타일 등의 실물을 활용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승패를 가리는 게임이다. 누구나 접해본 장기나 체스가 보드게임의 원조로 불리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소재와 기구가 더해지면서 저마다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3년 전국에 보드게임 전용 카페가 1,000여 곳에 달할 정도로 한때 인기를 모았지만 PC게임의 등장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보드게임의 교육 효과가 입증되면서 기존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의 부작용을 보완해주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뇌 회전과 집중력이 향상되는 기본적인 장점 이외에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기는 보드게임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인성과 사회성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게임을 하려면 가족이나 또래 친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정서적인 유대와 관계 형성에 실질적인 제공한다는 게 보드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다.

보드게임의 순기능이 알려지면서 정부도 늦게나마 보드게임 활성화에 나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게임 과몰입 방지 사업의 일환으로 6억5,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전국 1,000개 학교에서 보드게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만명의 학생이 보드게임을 새롭게 접하면서 관련 시장에도 100억원 이상의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업체를 중심으로 짝퉁 보드게임이 나오고 있어 저작권 단속을 비롯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오준원 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장은 "국내에서는 보드게임이 걸음마 수준이지만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보드게임이 하나의 훌륭한 교육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며 "국내 보드게임시장이 활성화되고 국산 보드게임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정부가 조속히 게임산업법을 개정해 보드게임을 게임으로 편입하는 법률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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