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盧대통령 NLL등 작심한듯 공세적 발언

'2002 이념대결' 재연 노리나<br>범여권후보 지지부진에 진보-보수 대립 만들기…DJ와 회동 교감 가능성

지난 9일 11개월 만에 자리를 같이한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회동 직후 양측은 “남북 정상회담 외에 국내 정치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입을 맞췄다. 하지만 1시간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눈앞에 다가온 대선 얘기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보는 사람은 없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범여권 대선 구도를 보면)‘정말 답답하다’라는 말 외에 두 사람이 나눌 얘기가 뭐가 있겠느냐 ”고 말했다. 두 사람이 대선 주자들에게 그렇게 신호를 보냈건만 알아채지 못하고 자꾸 하수(下手)를 두고 있는 데 대한 불만과 허망함이 깃들여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마지막 묘안을 만들어내야 할 책임을 지고 있고 이번 회동에서도 이와 관련한 수신호를 나눴을 가능성이 높다. 그 연속선상일까. 회동 이틀 만에 노 대통령은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11일 정당 대표들과의 오찬에 이어 오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 이르기까지 3시간 동안이나 속사포를 쏘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발언은 극단적인 이념대립을 몰고 올 예민한 것들로 채워졌다. 보수세력의 강한 반발을 불러온 서해북방한계선(NLL) 발언(“NLL은 영토선이 아니다”)을 비롯해 하나하나가 이념적으로 진보ㆍ보수 간에 격하게 대립할 사항이었다. 예상대로 12일 언론들은 보수와 진보적 성향으로 뚜렷하게 나뉘었다. 정치 전문가들은 노 대통령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2002년 대선전을 되새기고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진보 집단이 막판 선거전에서 뭉치면서 이회창 후보에 대역전승을 거뒀다. 집권 후에도 고비고비마다 이념적 대립을 불러올 매개체를 꺼내 상황을 역전시켰다. 11일 노 대통령의 발언들은 바로 ‘어게인 2002’를 노린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통일정책 자문을 맡고 있는 남성욱 교수(고려대 북한학과)도 이날 방송에 출연, “대선에서 이념 논쟁을 유도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노 대통령이 평화 대 반평화 이슈로 전환시키려고 작심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정상회담 직후 지지율이 최고 53.7%(4일 KBS)까지 치솟았고 11일 간담회에서도“지지도가 많이 올랐고 당분간 까먹을 수 있는 밑천이 생겼다”고 밝혔듯이 높아진 지지율을 바탕으로 현 상황을 공세적으로 몰고 가 이념을 선거전의 쟁점이 되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런 분위기는 청와대가 이 후보의 선거 공약에 대해 일일이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과도 줄기를 같이한다. 청와대는 부동산에 이어 이 후보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했고 공격의 고비를 늦추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황이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 오히려 이 후보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범여권 후보들이 여전히 기를 못 펴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측면에서 이념적 대립 구도를 만들 수 있는 터전이라도 만들어줘야 한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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