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벤처 기업인의 사기

얼마 전 선릉역 인근의 식당가. 최근 분식회계로 홍역을 치른 벤처기업 임원의 요청으로 기자와 만남이 이뤄진 자리였다. 그는 이번 사태와 관련, ‘벤처기업의 기를 너무 죽이지 말라’며 주위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감내하기 힘든 고통의 심경을 솔직히 드러냈다. 이야기가 점차 무르익어가자 그는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지옥은 다 맛봤다”며 지난 일이 떠오르는 듯 진저리를 쳤다. 언론의 질책성 보도에 대해서도 “부관참시나 다를 바 없다”는 거친 표현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한편으로는 비즈니스로 연관된 대기업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씁쓸했지만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 분식회계라는 죄는 미워도 어찌됐건 잘못을 바로잡고 다시 일어서겠다는 그를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젊은 인재들의 이공계 및 창업 기피 등의 얘기가 더 오갔다. 자리를 뜰 때쯤 “여러 기업인들이 우리를 본보기 삼았으면 한다”면서도 “죽을 때 죽더라도 부활을 염두에 둔 죽음이고 싶다”는 뼈 있는 울분도 토로했다. 제 한 몸 추스르기도 바쁠 그가 요즘 가장 걱정하는 것은 바로 ‘분식회계 파문으로 땅에 떨어진 ‘벤처 기업인의 사기’라고 했다. 그는 빼놓지 않고 “벤처 기업인에게 힘이 될 만한 기사를 써달라”고 당부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는 22일 벤처기업의 회계 투명성 제고와 위기 관리를 주제로 ‘투명경영실천포럼’이 열린다. 바로 이런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한 자리다. 특히 정부는 2007년 집단소송제 실시에 앞서 내년까지 분식 비리를 스스로 밝히면 감리를 면제하고 제재도 완화할 방침이다. 과거의 실수로 속앓이하고 있는 기업인에게는 더없는 기회다. ‘털 것은 털고 죗값은 받겠다’는 용기가 필요하다. 벤처기업은 분명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왔다. 이는 숱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국민들이 벤처기업을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이유기도 하다. 축 처진 어깨로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던 그의 뒷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다시 만날 언젠가는 그가 진정으로 환하게 웃는 낯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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