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브라질 관중들도 태극기 흔들며 "대~한민국"

괴성·무질서 러시아 극성팬 이근호 벼락 골에 얼어붙어

붉은악마의 함성… "알제리 넘어 원정 첫 8강 가자"

태극전사들이 암울했던 평가전을 깨끗이 털어내며 16강의 희망을 쐈다.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이근호가 18일 러시아전에서 강력한 중거리 슛을 성공시키며 전국의 붉은 악마를 함성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제 23일 16강 진출의 결정적 분수령인 알제리전에서 승리를 거머쥐고 사상 첫 원정 8강에 대한 기대도 넘실거리고 있다.

이날 러시아전이 벌어진 브라질 쿠이아바의 판타나우경기장 분위기는 우려와 초긴장 속에 시작됐다. 그곳은 작은 러시아였다. 끝도 없이 "러시아! 러시아!"를 외치는 이들 때문에 한쪽 귀가 멍했다. 본부석 맞은편의 관람석 4층은 경기 시작 전부터 이미 모두 러시아 팬들이 차지했다. 골대 뒤쪽이 아닌 전면이라 경기를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브라질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며 "앉아달라"고 했지만 들은 체 만 체였다. 처음에는 "러시아"만 외치더니 전통 민요 '카추사'까지 불러대며 그 자리에서 마구 뛰어댔다. 건장한 남자 수백 명이 한번에 땅을 구르니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웠다.

현지시각 17일 오후6시(한국시각 18일 오전7시) 전반전이 시작한 순간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이들은 2시간 가까이 계속 소리를 질러댔다. 바로 옆에 앉은 사람의 말조차 잘 들리지 않았다. 아래쪽에서 선창을 하면 위에 있는 수천 명의 러시아 팬들이 이를 받았다. 브라질 안전요원들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러시아 극성 팬의 놀이터였다.


붉은 악마와 교민 응원단도 러시아 팬들이 있는 관람석에 같이 있었지만 섬처럼 보였다. 본부석 쪽과 경기를 다 내려다볼 수 없는 골대 뒤쪽은 브라질 사람들이 들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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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 중반께 러시아 팬들의 응원이 과도해지자 갑자기 같이 있던 브라질 사람들이 "브라질리아"를 외치기 시작했다. 브라질을 응원하는 것이었다. 곧이어 "코레아"를 응원했다. 브라질에서 러시아 사람들이 제멋대로 구는 것을 참지 못하겠다는 투였다.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하는 소리도 사이사이 들려왔다.

러시아 팬들도 지지 않았다. 브라질 사람들의 응원에 손으로 귀를 막으며 들리지 않는다는 시늉을 했다. 한국을 응원하는 브라질 사람에게는 자신의 눈을 양 옆으로 찢으면서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동양인을 비하하는 행동이었다.

그러던 러시아 팬들이 순간 얼어붙었다. 이근호의 발끝에서 골이 터진 직후였다. 후반 23분 러시아 팬들은 약 1분간 침묵했다. 브라질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 "골~"을 외쳤다.

하지만 러시아 팬들은 곧 다시 살아났다.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가 동점골을 터뜨렸고 러시아 사람들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 기자의 바로 옆에 앉은 브라질인은 러시아 사람들을 보면서 얼굴을 찡그리더니 "코레아"라고 소리치며 엄지를 치켜세워 보였다.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태극기를 들고 우리나라를 응원했다. 4만2,968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에는 3만7,603명이 들어찼다. 대한민국이 러시아와의 경기에서는 1대1로 비겼지만 응원에서는 이긴 날이었다.

한편 18일 오전 서울을 비롯한 전국은 붉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서울 광화문광장(1만8,000여명)과 영동대로(2만4,000여명)를 비롯해 대전 월드컵경기장,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등 전국 20여곳에 야외 응원 인파가 몰렸다. 일부 지역은 간밤에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붉은 티셔츠를 입은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며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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