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IS)와 함께 미국의 공습 대상이 된 알카에다 연계조직 '호라산그룹'의 실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비상하다. 특히 지금껏 노출된 적이 거의 없었던 이 조직이 미 본토 등 서구권을 대상으로 테러를 실행하기 직전이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알려지면서 IS를 뛰어넘는 새로운 위협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23일(현지시간) 새벽 아랍 5개국과 함께 시리아 내 IS의 주요 근거지를 공습하면서 이와 별도로 시리아 북서부 알레포 근처 8곳을 타깃으로 단독공습을 감행했다. 이 지역에서 발호한 호라산이 "서방과 미 본토를 겨냥한 대규모 공격을 준비해왔고 실행 직전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었다"며 이를 분쇄하기 위한 공격이었다고 윌리엄 메이빌 미 합동참모본부 작전국장은 밝혔다.
지난주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국토를 위협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IS만큼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제외하면 지금껏 공개적으로 거론조차 된 적이 없던 이 단체가 9·11테러에 비견할 만한 테러를 모의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미 관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들은 치약튜브 폭탄처럼 기내에 반입할 수 있는 폭발물을 개발해 미국 본토나 유럽 쪽을 운항하는 여객기를 폭파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동북부의 한 지명을 딴 호라산은 지난 2011년 사망한 오사마 빈라덴의 최측근이자 쿠웨이트 출신인 무흐신 알파들리(33)가 이끄는 단체로 알려졌다. 알케에다의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전선의 분파 조직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정확한 실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지도자인 알파들리는 2001년 약관(20세)의 나이에 9·11테러 계획을 사전에 알았을 정도로 알카에다의 핵심 요원이었고 빈라덴과는 '컨피던트(confidant·비밀을 털어놓을 만한 친구)'로 불릴 정도로 밀접한 관계였다고 타임지는 보도했다.
소속대원의 숫자도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ABC뉴스는 테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십수명에서 최대 50명 정도의 전사들로 구성돼 있다고 보도했지만 알누스라전선과의 연계를 감안하면 1,000명가량의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높은 추정치를 감안하더라도 최대 3만명에 달할 것으로 집계되는 IS에 견줘 상당히 적은 숫자다.
그러나 미 당국자들은 자국 및 서구권을 위협할 테러 대상으로 IS보다 호라산이 더 위험한 존재라고 지목했다. 거점지역에 칼리프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IS와 달리 호라산은 '서구권을 대상으로 한 테러'를 임무로 설정해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이를 위해 보안당국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서구권 출신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을 적극 채용, 육성하고 있다고 USA투데이는 전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시리아 내 호라산 및 IS 근거지를 대상으로 진행된 첫 공습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열린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으로 떠나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IS를 상대로 한 작전은 시간이 걸리고 여러 도전도 있겠지만 미국과 중동 그리고 세계 안보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아랍 국가 5곳이 참가한 연합전선의 힘은 이번 싸움이 미국만의 전투가 아님을 세계 곳곳에 보여줬다"고 말했다. 메이빌 국장도 국방부 브리핑에서 "IS 분쇄 및 파괴를 위한 지속 가능한 캠페인이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며 "(IS 격퇴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동 토착세력을 훈련시켜 이들을 지상군으로 투입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IS 격퇴방안'이 장기전이 될 것임을 자인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