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전력난 유감


지난해 여름에도 전력난이 심각하니 전기를 아끼라는 얘기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는데 올해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예년보다 빨리 시작된 더위를 기다렸다는 듯이 5월부터 전력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전력난의 원인에 대해서는 구구한 설명이 많다. 전기 냉난방이 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했고 소득 증가와 삶의 질 향상에 따라 비데나 공기청정기ㆍ제습기 등 새로운 전력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도 전력난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서비스 산업이 확대되면서 상업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민원이나 정책환경 변화 등으로 계획했던 발전소 건설이 지연된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이 너무 싼 게 전력난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너무 싼 요금은 산업용 전기이지 가정용 전기는 아닌 것 같다. 어느 여름에도 에어컨 한 번 마음 놓고 틀어본 적 없는 소시민 입장에서는 기막힌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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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전기 수요 예측이 잘못돼 수요 증가에 따른 조치를 미리 하지 못했고 위조 부품 사용으로 원전이 멈춰선 것이 큰 원인이 아닐까 짐작하지만 누구 하나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대체 왜 23기나 되는 원자력 발전소 중에 가동되는 것은 10기뿐이고 그나마 툭하면 멈춰 서는지 국민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더욱이 한국수력원자력의 사장까지 연루된 원전 비리는 도대체 그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통탄할 노릇이다.

건축사의 입장에서 전력난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에너지 효율이 좋은 건축물을 짓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가 총에너지의 25%가 건물 부분에서 소비된다고 한다. 이것을 10%만 줄여도 전력난의 상당 부분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국토교통부는 2월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을 공포ㆍ시행하고 그에 따른 세부 건축 기준인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 기준'을 9월부터 시행한다. 내용을 살펴보면 건축물의 냉난방 에너지 절감을 위해 외벽ㆍ지붕ㆍ바닥ㆍ창문 등 부위별 단열 기준을 10~30% 강화했다. 또 건축 허가 기준인 건축물의 에너지성능지표 합계점수를 현행 60점 이상에서 65점 이상으로 높였다. 에너지 절약계획서 제출 대상은 연면적 합계 500㎡ 이상 중소 규모 건축물로 확대하고 에너지 소비 총량 적용 대상 건축물을 종전 1만㎡ 이상 업무시설에서 3,000㎡ 이상 업무시설로 확대했다.

올해의 국토교통기술로 선정된 반값 한옥도 눈에 띈다. 시공비를 전통한옥의 60% 수준인 3.3㎡당 약 700만원까지 낮추고 단열 성능은 50%가량 향상시켰다고 한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한옥이 새로운 주거의 대안으로 떠오른 셈이다. 서울 은평한옥마을에 그간의 연구를 적용한 시범 한옥을 건립하고 있는데 8월 말에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꼭 법규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력난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녹색 지구를 만들기 위해서 에너지 효율이 높은 그린빌딩을 짓는 움직임이 널리 확산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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