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미국)가 14번홀에서 3퍼트로 보기를 했다. 3타차 선두로 출발했지만 추격자와의 거리는 이제 단 1타차로 좁혀졌다. 승부가 뒤집힐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혼란 속으로 빠지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15번홀 티잉그라운드로 걸어가면서 내 길을 찾아야만 한다고 내 자신을 향해 심각하게 부르짖었다.” 경기를 마친 뒤 우즈가 승부처를 떠올리며 한 말이다. ‘역전불허’ 신화의 원천은 경쟁자들이 느끼는 붉은 셔츠의 공포라기보다는 스스로의 강인한 정신력과 마인드컨트롤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아마추어 골퍼들도 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가마솥 더위 속에 치러진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의 주인공은 ‘황제’ 우즈였다. 우즈는 13일(한국시간)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힐스CC(파70ㆍ7,131야드)에서 열린 제89회 PGA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1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8언더파 272타로 우디 오스틴(미국ㆍ6언더파)과 어니 엘스(남아공ㆍ5언더파)를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상금은 126만달러. 메이저 왕관 없이 올해를 보낼 뻔했던 우즈는 특유의 뒷심으로 정상에 올라 최근 3년 연속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며 통산 13번째 메이저 우승컵을 수집했다. 31세의 우즈는 잭 니클로스(미국)의 메이저 최다승 기록(통산 18승)에 5승차로 접근했으며 특히 35세 때 13승을 올렸던 니클로스의 페이스를 추월해 기록경신을 시간문제로 남겼다. 올 들어 2번째 2주 연속 우승, 대회 2번째 2연패(4승째)로 시즌 5번째 우승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전까지 최종라운드를 선두로 나선 메이저대회에서 12전12승을 거뒀던 우즈는 이날 초반 5타차로 앞서 손쉽게 정상에 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14번홀까지 3개의 버디를 3개의 보기와 맞바꿔 오스틴과 엘스의 거센 추격을 받았다. 전날 “경기는 끝났다”던 엘스는 버디 6, 보기 1개로 5타를 줄였고 오스틴도 3타를 줄여 나란히 1타차로 압박했다. 우즈는 위기에서 더욱 견고해졌다. 15번홀(파4)에서 2.5m 버디 퍼트를 떨궈 달아났고 이후 3개 홀에서도 페어웨이와 그린을 모두 지킨 끝에 승부를 결정지었다. 오스틴은 타수를 줄이지 못했고 엘스는 16번홀(파4)에서 짧은 파 퍼트를 실패해 준우승도 놓치고 말았다. 아내 엘린, 2개월 된 딸 샘 알렉시스와 함께 스코어카드를 접수한 우즈는 “아내와 딸이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전율을 느낀다. 이런 감정은 처음”이라며 감격스러워 했다. 한편 최경주(37ㆍ나이키골프)는 2타를 잃어 공동6위에서 공동12위(2오버파)로 마감하면서 ‘아시아인 첫 메이저 우승’ 꿈을 내년으로 미뤘다. 재미교포 앤서니 김(22ㆍ나이키골프)은 공동50위(9오버파)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