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애플만 마니아 있나?… 삼성도 '팬보이' 생겼다

국내용보다 사양 떨어져도 갤럭시 노트 외국서 사 쓰는<br>적극적인 소비층 늘어나 "체험형 전시장 운영 나설때"



애플만 매니아 있나?… 삼성도 '팬보이' 생겼다
더 비싸도… '갤럭시노트' 해외판 사는 까닭 적극적인 소비층 늘어나 "체험형 전시장 운영 나설때"

이지성기자 engine@sed.co.kr

























#. 회사원 이승석(36)씨는 최근 홍콩 출장을 갔다가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2대를 구입했다. 국내에서도 이미 판매 중인 제품이지만 현지 매장에서 90여만원을 주고 구입한 뒤 국내에 들여왔다. 이씨는 “한 대는 개통하고 나머지 한 대는 중고 장터에 95만원에 팔았다”며 “한글 지원도 완벽하게 되기 때문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를 해외에서 구입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처럼 자생적인 팬보이(열혈팬)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에 고무된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를 해외에서 구입해 국내에서 개통한 소비자가 3,000명을 넘어섰다. 이동통신사별로는 SK텔레콤이 2,100명, KT가 1,100명에 이른다. LG유플러스는 3세대(3G) 이동통신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아 해외에서 구입하더라도 국내에서 개통할 수가 없다.

과거에도 국내 출시 전인 ‘갤럭시S’나 ‘갤럭시탭’ 등 일부 제품을 해외에서 구입하거나 현지 매장의 세일기간에 맞춰 사는 일은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많은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갤럭시 노트 해외용을 찾는 사람이 늘자 네이버 스마트폰 카페 등 주요 스마트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외 출장이나 여행길에 갤럭시 노트를 구매해 주겠다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갤럭시 노트는 국내용과 해외용의 사양이 다르다. 일단 겉으로만 보면 국내용이 여러모로 장점이 많아 보인다. 국내용은 1.5GHz 처리속도를 지원하는 퀄컴의 듀얼코어 프로세서(스냅드래곤)와 4G 롱텀에볼루션(LTE)까지 지원한다.

관련기사



하지만 해외용은 삼성전자가 개발한 1.4GHz 듀얼코어 프로세서(엑시노스)와 3G 이동통신를 지원하고 지상파DMB 기능이 빠져 있다. 또 배터리도 2개를 주는 국내와 달리 1개만 제공한다. 여기에다 해외에서 구입한 제품은 약정할인을 받을 수가 없어 기기값(90만원 전후)을 그대로 내야 한다.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무상보증 서비스도 제공되지 않는다. 고장이 나면 애프터서비스(AS)는 가능하지만 구미에 있는 생산공장에 보내야 하는 탓에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용 갤럭시 노트를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제한 데이터요금제을 선택할 수 있어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장점을 갖춰 활용도가 높은 갤럭시 노트의 특성상 무제한 데이터요금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내에 출시된 제품은 4G LTE 전용이어서 무제한 데이터요금제가 없다. 또 해외용에는 삼성전자의 프로세서를 탑재해 국내용보다 발열이 적고 그래픽 처리성능도 한층 뛰어나다는 게 대다수 사용자들의 평가다.

삼성전자는 전략 제품인 갤럭시 노트가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가운데 해외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국내 소비자들도 잇따르자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애플처럼 제품 출시 전부터 매장 앞에서 줄을 서는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삼성전자 제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층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갤럭시 노트가 그간 애플에만 우호적이었던 얼리어답터 등 국내 정보기술(IT) 마니아층이 삼성전자 제품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소비자들이 여러 불편을 감수하고 해외에서 ‘갤럭시 노트’를 구입하는 것은 무엇보다 제품 자체가 주는 매력이기 크기 때문”이라며 “다만 삼성전자가 향후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고객 접점을 확대하려면 이제는 ‘애플 스토어’와 같은 체험형 전시장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